이런 상황에서 이승헌 교수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송 교수에 대한 또 다른 반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앞서 <프레시안>을 통해서 "송 교수는 어뢰 폭발로 발생한 기체(버블)의 팽창 과정을 안팎의 압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일어나는 '가역 과정'으로 오해해 엉뚱한 결론을 얻었다"고 반박했었다. (☞관련 기사 : "송태호 '엉뚱한 논문'이 천안함 진실 찾기에 혼란 부추겨")
또 다른 반박…"폭발 실험의 노란색, 빨간색 버블을 보라"
▲ 합동조사단의 폭발 실험. 폭발하고 나서 노란색을 띠는 버블이 생겨서 급속히 팽창하면서 반지름이 0.25m 정도됐을 때 색깔이 노란색, 빨간색으로 변한다. ⓒ합동조사단 |
이 교수가 방송 중에 언급한 폭발 실험은 합동조사단이 어뢰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하는 과정을 재연한다며 실시한 바로 그것이다. 국방부는 이 폭발 실험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승헌 교수는 "이 실험의 동영상을 살펴보면 폭발 후 노란색을 띠는 버블이 생겨서 급속히 팽창하면서 반지름이 0.25m 정도 됐을 때 색깔이 노란색, 빨간색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버블의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온도에 따라서 방출하는 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연상하면 알 수 있듯이, 빛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빨간색~보라색)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자외선 영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빛의 영역은 그것을 방출하는 물질의 온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철을 달굴 때를 보자. 철은 온도가 낮을 때는 검은색으로 보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붉은색으로, 나중에는 노란색에 가까워진다. 낮은 온도에서는 철이 시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가시광선 영역 밖의 빛을 방출하다, 온도를 올리면 가시광선(빨간색, 노란색) 영역의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별의 색깔을 놓고 별의 온도를 가늠해 나이를 알아내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도 원리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은 주로 노란색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태양의 표면 온도가 약 6000도이기 때문이다. 태양보다 온도가 더 높은 (그래서 더 젊은) 별은 푸른색(약 5만 도)으로 보인다.
"노란색, 빨간색 버블이 나타나는 온도는 4000도"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이승헌 교수는 "노란색은 약 5000도, 빨간색은 약 4000도의 온도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폭발 후 버블이 노란색, 빨간색이 될 때는 온도가 최소한 4000도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과 15그램의 폭약으로 생긴 버블의 반지름이 0.25m 됐을 때 이렇게 되었는데, 실제로 250㎏의 폭약이 터졌을 때는 어떻겠냐"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송태호 교수의 주장대로 어뢰가 폭발한 후 급격한 온도 하락이 나타난다면 폭발 실험은 어떻게 보여야할까? 송 교수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15g의 폭약을 터뜨리면 버블은 팽창하면서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테고, 그 버블이 방출하는 빛은 가시광선의 영역을 벗어나야 한다. 즉, 빨간색, 노란색의 버블이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번' 글씨가 아니라 '흡착 물질'"
이승헌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송태호 교수의 주장은 이론적으로도, 실험적으로도 반박이 되었다"며 "더구나 남북한 누구나 남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펜으로 쓸 수 있는 '1번' 글씨는 천안함 침몰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송 교수의 엉터리 주장을 계기로 자꾸 '1번 프레임'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승헌 교수는 이날 <손석희의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과학 논쟁의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흡착 물질'의 정체를 놓고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침묵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작 과학계와 언론이 파고들어가야 할 것은 '1번'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 흡착 물질의 정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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