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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제국을 떠받드는 430조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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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제국을 떠받드는 430조원, 어디로 갔을까?

[해외시각] 펜타곤의 기지 세계와 그 수혜자들

미국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걸쳐 약 1000개의 군사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제국'이다. 이러한 미국을 두고 <제국의 슬픔>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故) 찰머스 존슨은 '기지의 제국(empire of bases)'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 광대한 기지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일까?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데이비드 바인(David Vine) 인류학과 교수가 이 질문을 풀기 위해 2001년 이후 미국 국방부의 170만 건의 계약을 분석했다. 계약을 추적해본 결과 확인된 것만 3850억 달러(약 430조 원)가 군사 기지 건설·유지와 관련 서비스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관련 업체들의 사기 행각과 인권 탄압도 만연하다고 한다.

인류학과 교수인 바인은 미군 기지가 마을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년째 연구해오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기지의 섬'에 관심이 많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강정마을, 주일미군 기지 75%가 몰려 있는 오키나와(沖繩),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 기지가 있는 하와이와 괌 등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인류학적 관점에서 군사 기지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다음은 바인 교수가 미국의 진보 매체인 <톰디스패치>(TomDispatch)에 기고한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Where Has All the Money Gone?)>의 주요 내용을 번역·정리한 것이다.
(☞ 원문보기)<편집자>

▲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살람바자르 마을 인근에서 반군 세력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군 해병대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여전히 미국이 약 1천 개의 해외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렇다면 펜타곤의 기지 세계(base world)에 투입되고 있는 막대한 돈은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일부는 미군과 국방부 직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의 급여, 의료보험 등에 지출된다. 그러나 정부 지출 데이터와 계약들을 광범위하게 분석해본 결과, 펜타곤은 2001년 이후 해외에서 진행된 기지 사업에 3850억 달러의 계약을 민간 기업들과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무부 전체 예산의 약 2배에 달한다. 그러나 펜타곤과 연방정부 회계 관행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전체 액수는 훨씬 높을 것이다.

3890억 달러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렇다. 미국이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기 때문에 두 나라에 투입된 액수가 1600억 달러로 압도적으로 많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대규모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쿠웨이트에 372억 달러, 독일에 278억 달러, 한국 182억 달러, 일본 152억 달러, 영국 147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납세자들은 엄청난 해외 기지를 건설하는 데에 수천억 달러를 지불한 반면에, 펜타곤의 주요 고객들과 정치인, 로비스트 등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갔다.

군사 업무의 민영화

미국이 수천 개의 기지를 만들었던 2차 세계대전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 미군 기지는 당시보다 약 60% 정도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 스스로 막사를 짓고 빨래도 하고 감자 껍질도 벗기곤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때부터 이러한 관행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브라운 앤 루트(Brown & Root, 나중에는 KBR로 회사 이름이 바뀜) 등 민간 기업들이 이런 일들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사 분야의 민영화는 냉전 종식 이후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르완다, 아이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미군이 개입한 지역에서 '브라운 앤 루트'는 기지 건설·유지부터 음식·쓰레기·수도·상하수송 등 일상적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20억 달러 어치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1차 걸프전 당시에 미군과 민간 업체 직원 비율이 10대1이었던 반면에, 2차 걸프전 때에는 그 비율이 2대1로 크게 좁혀졌다. 특히 KBR은 육군 100개 대대를 구성할 수 있는 약 5만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이러한 급속한 민영화는 전시 지역의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3850억 달러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실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확실하다. 미국의 정부회계국(GAO)는 "연방획득정보시스템이 부정확한 데이터를 자주 포함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펜타곤의 데이터는 더더욱 불투명하고 신뢰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펜타곤과의 최대 계약 체결자는 회사가 아니라 "잡다한(miscellaneous) 외국 계약자들"로 명명되어 있다. 이는 곧 약 500억 달러, 전체 계약 가운데 12%를 차지하는 25만 건의 계약자의 정체를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를 상대로 한 계약도 문제투성이긴 마찬가지이다. 펜타곤이 계약 사항을 제대로 추적하지도 않고 회계 감사도 하지 않으면서, 특정 기업의 불투명한 관행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청, 외국 보조금의 사용, 잦은 회사명 변경 등이 대표적인 방식들이다.

미국판 정경유착

펜타곤 기지 사업의 대표적인 계약 업체는 KER(Kellogg, Brown & Root)이다. 이 업체는 2001년 이후 2위 기업보다 무려 5배나 많은 계약을 펜타곤과 체결해왔다. 1919년 텍사스 도로 공사로 사업을 시작한 브라운 앤 루트는 1962년 핼리버튼에 인수되었다. 이후 핼리버튼의 자회사였던 브라운 앤 루트는 2000년대 들어 켈로그 인더스트리를 인수해 KBR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KER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딕 체니가 있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실세'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그는 1995년에 KER의 모회사인 핼리버튼의 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이 회사와 유착관계가 강하다.

KER은 딕 체니의 후견 속에 급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2001년부터 2011년 7월까지 이라크에서만 370억 달러를 벌여 들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매년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경쟁자 없이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이 회사가 이라크에서 한 일은 부회장인 폴 체르잔(Paul Cerjan)의 발언에 잘 나타난다. 그는 2005년 인터뷰에서 "우리는 20만 명의 연합군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군 막사, 음식, 상하수도, 수송, 휘발유, 부품, 탄약 등 "하나의 도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로이터=뉴시스

펜타곤과 KER의 계약이 '비용 플러스(cost-plus)' 방식으로 이뤄진 것도 큰 문제였다. 이에 따라 KER은 더 많은 돈을 쓰면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미 의회조사국은 이를 두고 "계약자가 정부의 비용 지출을 자제해야 할 어떠한 동기도 없게 된다"며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핼리버튼의 한 직원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라크 현지 직원들에게 "가격 걱정은 하지 마라. 이건 비용 플러스 방식이야"라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광범위한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음식, 연료, 주택 등 서비스 비용을 부풀려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것이다.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KER이 이라크 전쟁 특수와 특혜를 누린 대표적인 회사라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슈프림 그룹(Supreme Group)이 단연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아프간 미군 수송과 음식 제공으로 9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KER의 성장 배경에 딕 체니가 있었다면 슈프림 그룹에는 로버트 달리 중장이 있었다. 그는 2006년 8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펜타곤의 국방병참국(DLA) 국장을 맡았는데, 이 기간 동안 아프간 주둔 미군의 음식 제공 사업을 슈프림 그룹에 몰아주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전역 후인 2009년에 이 회사의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사랑이 퍼진다

펜타곤 기지 세계의 수혜자들은 계약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펜타곤 관계자들, 군인, 의원, 로비스트 등도 재정적, 정치적, 직업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계약자들은 선거 때 수백만 달러의 정치 기부금을 통해 의원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다. 이들은 2012년 한해에만도 2천7백만 달러를 기부했고, 1990년 이후부터 따지면 약 2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 액수의 상당 부분은 상하원의 군사 및 세출 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이들은 군사 기지 관련 계약에 있어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계약 순위 3위 업체인 다인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DynCorp International)은 하원 군사 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에게 각각 1만 불씩 기부했고, 추가로 49명의 상하원 의원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

기지 관련 업체들이 로비스트에게 지불한 금액도 상당하다. KER과 핼리버튼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550만 달러를 사용했다. 슈프림 그룹이 2012년 한해에만 사용한 로비 액수만도 66만 달러에 달한다.

축소되는 기지 세계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펜타곤의 기지 세계도 축소되고 있다. 또한 유럽 주둔 미군 감축에 따라 유럽 기지들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자 펜타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부터 걸프만과 라틴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기지를 건설하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다.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니제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걸쳐 소규모의 무인항공기(drone) 기지 건설 계획도 부상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일부에서도 신규 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펜타곤의 기지 세계로부터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들이 필요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맺고 있는 수많은 계약들은 냉전 스타일의 병력과 기지를 축소하면 예산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사회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펜타곤의 기지 세계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예산 낭비 사례를 상기시켜 준다.

수십 년 동안 해외 기지에 사용된 수천억 달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의 금고로 들어갔다. 이러한 해외 지출을 줄이고 소중한 자원을 오랫동안 간과해온 비군사적 필요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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