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이후 우리 나라와 일본간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했던 조선통신사의 웅장한 행렬이 29일 낮 일본 도쿄(東京) 한복판에서 재현됐다.
조선통신사 행렬이 쓰시마(對馬島)와 오사카(大阪), 우시도마(牛窓) 등에서 재현된 적은 있으나 통신사의 최종 목적지로 에도(江戶) 막부가 있던 도쿄에서 재현되기는 처음이다. 또 1764년 조선통신사가 에도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242년만이다.
지난해 10월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같은 장소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가 계획됐으나 폭우 때문에 무산됐었다.
일본의 전통예술 축제인 '제34회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퍼레이드'의 첫 외국 손님으로 선보인 이날 행렬은 수많은 도쿄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거 통신사가 에도성을 향해 건넜던 관문인 니혼바시를 통과, 30여분 동안 행진했다.
선도기를 따라 취타대, 국서 가마행렬, 정사행렬, 수행행렬로 이어진 조선통신사 행렬에는 현지 유학생 등 150여 명이 참여,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옛 모습을 재현했다.
특히 행렬의 중심인 정사(正使) 역에는 1711년 정사였던 조태억(趙泰億) 성균관 대사성의 후손인 조동호(趙東鎬.72)씨가 맡아 의미를 더했다.
이에 앞서 28일에는 신주쿠구 요쓰야 구민회관에서 조선통신사 및 궁중 의상 패션쇼와 한국 전통음악 연주회를 내용으로 하는 '조선통신사 성신교린(誠信交隣)의 공연'이 선보였으며, 조선통신사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1607년 에도막부 시대에 처음 파견되기 시작한 조선통신사는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파견돼 조선의 선진 문화를 일본 열도에 전파하는 데 기여했으며, 1811년 마지막 파견 때는 도쿄까지 가지 못하고 쓰시마에서 되돌아왔다.
행사를 주최한 조선통신사문화사업회의 강남주 집행위원장은 "임진왜란 후 조선통신사가 왕래했던 200년간은 양국 간에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기였다"고 강조하면서 "조선통신사의 행사를 통해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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