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인귄위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사찰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데 대한 답변을 보냈으나 그 내용은 다음의 두 줄이 전부였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음. 다시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임. 끝"
주어도 없는 문장인데다, 관련 법령을 정비하겠다거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겠다거나 하는 통상적이고 관료제적인 답변조차 빠져 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어떻다고 하는 말도 없다. 독립 기구인 인권위 권고에 대한 공식 답변이 청와대 관계자의 기자실 '백 브리핑'만도 못한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답변을 제출한 지난달 20일은 인권위 권고에 대해 국가기관이 의무적으로 회신을 보내야 하는 기한 90일을 꽉 채운 날짜다. 앞서 인권위는 1월28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권고를 결정하고 2월7일 조사결과 발표시 이 결정을 언론에 공개한데 이어 2월18일 대통령 비서실(당시 대통령실)에 공문을 발송했었다.
당시 인권위의 권고 결정은 인권위 설립 이후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첫 권고여서 화제는 됐으나,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채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비로소 권고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권고에 대한 회신을 후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뤄놓고 청와대를 떠났고, '박근혜 청와대' 역시 별다른 성의를 담지 않은 답변을 보낸 셈이다. 두 대통령 모두 인권위를 너무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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