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 예산' 50억 원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피해자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새누리당 27명, 민주당 21명, 통합진보당 2명)에서 이 50억 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4월 3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본회의에서 92퍼센트의 높은 찬성률(재석 214명 중 198명 찬성)을 보이며 통과된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앞에서는 피해자 구제를 외치던 의원들이 뒤에서는 예산을 삭감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4월 30일 환경노동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 예산'으로 50억 원을 신규 증액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국회에서 신규 증액한 예산은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근거 법이 없고 정부 내에 소관 부처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신설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을 발표하고 2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소관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피해자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대표 발의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예산 정책처에 문의한 결과, 국회에서 의결했으면 근거 법이 없어도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러나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 기재부가 끝까지 소관 부처 문제를 주장하며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현행 환경보건법 20조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 유해인자에 따른 국민 건강 피해를 예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데도 결국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피해자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면담을 추진해서 해결책을 모색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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