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인하대 강연에서 자신이 제시한 '정치개혁 3대 과제'로 인해 촉발된 논쟁에 대해 양면적인 대응을 내놨다. '3대 과제'를 낸 의도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의원 수를 줄이자는 게 본질이 아니다'라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뒤로 물리는 모습도 보였다.
안 후보는 26일 경남 진주 경상대 강연에서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제일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국민의 맹목적인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었다"며 "무서운 말이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국민들이 정치 싫어하도록 안철수가 부추긴다'는 말이다. 얼마나 교만한 생각인가?"라고 맹비판했다.
안 후보는 "기존 정치를 싫어하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것"이라고 강하게 몰아쳤다. 앞서 23일 발표된 △의원 정수 축소, △정당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 등 '3대 과제'에 대한 정치권·시민사회·학계·전문가들의 다양한 비판 중 '포퓰리즘'이란 부분을 집어내 역비판 대상으로 삼은 부분이 눈에 띈다.
안 후보는 "제가 했던 건 개발 공약이 아니라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그게 왜 포퓰리즘인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된다"면서도 "정치학자나 정부에서 말하는 거 말고, 실제 국민 목소리를 들어보라. 왜 국민들이 차라리 의원 숫자를 줄이라고 요구하는지. 그걸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치개혁안은 자기희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의 성찬은 있는데, 진정한 '내 것 내려놓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이뤄진 세비 인상과 2012년 정기 국정감사가 '안철수 국감'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러나 안 후보는 한편으로 "문제의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엽적인 하나하나에 대해 붙잡고 논쟁하지 마시고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국회의원 100명 축소' 발언에 대해서는 "얼마로 줄이자고 주장한 적 없다. 예로서 든 건 있지만 핵심을 비켜 가시면 안 되고,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논쟁"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벌써 논쟁이 시작됐다. 한편으론 반가웠다. 포퓰리즘 얘기는 빼고 나머지는 다 반가웠다"며 "논쟁하고 합의해 가면서 결국 정치권이 어떤 뼈를 깎는 쇄신을 할 것인지 그 결론만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지금 상황이 진짜 정치의 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하나도 특권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을 하겠다면 누구에게도 양보를 얻어낼 수 없다"고 거듭 '특권 내려놓기'가 자신의 제안 내용 중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치개혁에 대해 말하는 이유는 무모하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내년에 (세계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인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고 사회 구성원들의 양보를 요구할 상황이 올 테니, 지금 뼈 깎는 구조조정으로 내려놓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안철수, 단일화 관련 "국민 실망시키지 않을 것"
한편 안 후보는 질의응답 순서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저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라며 "그래서 국민께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 왜 불러냈는지, 그 원래 마음을 정치인으로 살면서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판단은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조직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지율 한 번 보시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해 청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그게 국민 뜻"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안 후보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의 의미에 대해 "현재 큰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이 과연 국민을 위해 쓰였냐는 의문, 그 모든 것의 표현인 것 같다"며 "성원하고 지지해 주시면 틀림없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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