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부 성명을 통해 "댜오위다오의 영해기선을 선포하고 향후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상시적인 감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오긴 했지만 영해의 관할권을 규정하는 영해기선을 설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일본 감시선이 항시 지키면서 실효지배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에 대해 중국이 10일 이 섬지역을 영해기선으로 전격 선포하고 나섰다. 무력 충돌이 불가피할 수준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연합 |
중국 정부는 지난 92년 댜오위다오를 중국의 영토라고 자국법에 명시하기는 했지만, 이 법에 따른 구체적 실행 조치로 지난 96년 영해기선을 발표하면서 댜오위다오를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앞서 중국은 1972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때 댜오위다오 문제는 다음 세대로 넘긴다는 식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이제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일 국교도 40년만에 중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초강경 대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댜오위다오를 센카쿠 열도로 부르면서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 섬을 국유화한다고 10일 오후 각료회에서 공식 결정했다.
일본 각료회의 '국유화' 결정에 즉각 강경대응
현재 센카쿠 섬은 무인도들로 분류돼 일본 민간인들로 되어 있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5개 무인도 중 규모가 큰 3개 섬을 민간인 소유자로부터 20억5000만 엔(약 300억 원)에 사들여 국유화한다는 것이며, 일본 정부는 11일 센카쿠 매입을 위한 예비비 지출을 결정하고 섬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 짧은 일정 사이에 중국이 즉각 초강수를 두고 나온 것이다.
댜오위다오가 양국 분쟁 지역이 된 역사적 배경은 1885년 청일전쟁이다. 일본은 청일 전쟁 중에 댜오위다오를 주인 없는 땅이라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일본 영토로 편입시키고 10년 뒤인 1895년 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 현에 정식 편입시켰다.
하지만 중국은 1863년에 작성된 중국 지도에 이미 댜오위다오가 중국 푸젠(福建) 성에 속해 있는 섬 중 하나로 표시돼 있는 등 예전부터 명백한 중국 영토이며, 일본이 힘으로 강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도 물러설 곳이 없는 분위기
중국 정부의 전격 발표로 일본 정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며 당혹해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이 예상 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일본의 국유화 결정은 중국 영토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로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을 심각하게 상하게 했다"고 격앙된 입장을 밝혔고, 원자바오 총리도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고유 영토"라면서 "주권과 영토 문제에 있어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번 조치로 양국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러다가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선 중국은 댜오위다오 해역에 해양감시선과 어업지도선 등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렇게 되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해상에서 직접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커진다.
일본 정부도 약한 모습만 보이지 않을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조기 총선을 앞두고 보수우파 성향의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도 강하게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이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앞을 향해 달려 나갈 수밖에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달 29일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반일 시위가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분쟁에 대해 대화와 협의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한국과 관련된 영유권 분쟁이 불거진 배경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겉으로만 중립"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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