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히며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카터의 서한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지난 2011년 방북 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가졌고 이후 제네바 합의가 도출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 그는 2010년에도 북한을 찾아가 당시 '불법 입국죄'로 북한에 수감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석방시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씨의 석방 문제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 문제를 시작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미 양국은 미국인 석방 문제를 통해 경색된 안보 국면을 풀었던 전례가 있다. 지난 2009년 6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다시 대두됐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해 8월 미국인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방북하면서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미국 고위인사의 방북 → 미국인 석방 →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독수리훈련이 끝났고 한미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한반도가 해빙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 카터 전 대통령이 20년 전 상황을 그대로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케네스 배, 15년 노동교화형 선고 받아
한편 북한은 2일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 이름 배준호)씨에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3일 라선시에 관광의 명목으로 입국하였다가 체포된 미국 공민 배준호에 대한 재판이 4월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재판소에서 진행되였다"며 "최고재판소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감행한 배준호에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하였다"고 보도했다.
케네스 배씨에게 선고된 15년 노동교화형은 탄광 등의 주변에 설치된 노동교화소에 수감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형벌로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등 일반 형사범과 사기, 횡령 등 경제범 가운데 형량 2년 이상의 중범자에게 선고된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체포됐던 미국 여기자 2명에게는 각각 12년 노동교화형, 2010년 불법 입국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론 곰즈씨에게는 8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해보면 이번에 배씨가 받은 형량이 상대적으로 무겁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국을 압박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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