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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시작한 남북 채널 박근혜 정부서 완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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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시작한 남북 채널 박근혜 정부서 완전 중단

[해설] 개성공단, 이대로 폐쇄 수순 밟나?

29일 남북간 실무 협의를 위한 소수 인원만 남기고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43명의 남한 인원들의 귀환이 이뤄지면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이에 따라 남북이 향후 사소한 오해와 충돌로 전면적인 대결전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폐쇄수순을 밟게 될 경우 북측이 개성공단 인근에 군부대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27일 남북 간 연락 채널이었던 군 통신선을 차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성공단을 출입하던 인원이 있어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연락을 주고받는 채널은 존재했다. 그러나 실무 협의가 끝나는 대로 개성공단의 출입 인원이 완전히 없어져 조만간 남북 간 소통할 수 있는 연락 채널은 단 하나도 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개성 주재원 전원 귀환이 이뤄졌다. 이날 기업 주재원들은 저마다 최대한 많은 짐을 싣고 내려왔다. ⓒAP=연합뉴스

남북간 대화채널은 1971년 9월 20일 열린 제1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에서 의사소통 경로의 필요성에 공감한 남북이 이틀 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에 전화 2회선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1971년 박정희 정부 시절에 시작됐던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완전히 중단되는 셈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후방으로 빠졌던 군부대를 개성 인근으로 다시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후 개성과 판문점 인근에 주둔하던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을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했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 북한은 대남 압박수단으로 일부 세력이라도 개성과 판문점 일대로 군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언급할 때 자신들에게 안보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를 내어줬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지난 27일 "그동안 내주었던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고 남진의 진격로가 활짝 열려 조국통일 대전에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 문제가 처음으로 거론됐던 1999년부터 남한에 개성을 내주는 것에 대해 반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물도 끊고 '기 싸움' 이어가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단에 공급됐던 전기와 수도가 모두 차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단전·단수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우선 남은 인원들의 무사귀환 이후 상황을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개성공단에는 10만 kW 전기와 6만 톤 규모의 용수가 공급됐었다. 이날 귀환하는 인원 중에는 이를 담당했던 한국전력과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이 귀환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는 남한의 파주변전소에서 공급하고 수도는 전기가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전기는 그동안 100% 남한에 의존해왔고 수도는 6만 톤 중 1만 5000 톤 정도가 개성 시내에 생활용수로 공급돼왔다.

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전기와 수도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단전·단수가 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정부가 막상 이 조치를 실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단전·단수는 개성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남한이 이를 시행할 경우 개성공단을 놓고 벌이는 이른바 '기 싸움'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개성공단의 불빛이 꺼지는 것에 대한 개성 주민들의 인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단의 불빛이라는 것이 개성 주민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불빛이 꺼지면 개성 시민들에게도 '남한과 적대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남한 공장의 기계 설비를 최소한으로 유지시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 어느 쪽도 쉽게 극단적 조치 쓸 수 없어

남측 인원의 귀환 이후 공단이 영구 폐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남북 어느 쪽도 쉽게 폐쇄로 가는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갖는 상징성을 쉽게 내려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 29일 개성공단 체류 인원 귀환이 늦어지면서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도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7일 북한의 개성공단 담당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기자와 문답에서 남한의 개성공단 인원 전원 귀환 조치를 비난하면서도 개성공단을 '옥동자'로 표현하며 여전히 중시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대변인은 "우리는 6·15의 옥동자로 태어난 개성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지만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며 공단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류 장관이 지난 26일 남한 인원의 전원 귀환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킨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는 변함없는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의 현 상황이 공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 상황에 의해 발생된 문제라는 측면에서도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접어들면 개성공단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북한이 오는 5월 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공단을 폐쇄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기적으로 4월 30일 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한미 정상회담이 시작되면 남북이 '기 싸움'에서 벗어나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고,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정상화도 논의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국면 전환 시까지 남북이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근식 교수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인 대결상황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며 대결 국면이 잠잠해지도록 남북이 서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공단이 폐쇄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서로가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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