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 무성하게 나왔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이 최근 들어 잦아들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가까운 시일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미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은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할 것이라는 위협을 통해 이란의 유연한 태도를 이끌어 냈다고 보고 있다. 서방 국가들과 이란의 직접 협상이 이뤄짐으로써 격앙됐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또, 이란 공격을 앞장서 주장했던 이스라엘 내부에서 정치 지도자들과 군부 및 정보 당국자들의 의견 불일치가 점점 커지고 있고, 그 갈등이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났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 정부가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하는 어떤 충돌도 막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
구체적으로는 2주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1차 핵협상이 분위기 변화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회담에서는 2차 협상을 5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자는 것만 합의되고 말았지만, 이란 측 대표단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유연해졌고 위기를 해결하는데 열린 자세로 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두고 미국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경제 제재 때문에 이란이 협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쟁 위기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신문에 "지금은 외교와 압력이 우리에게 (협상의) 창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존 케리 위원장은 최근 TV에 나와 "사태 진전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군부와 정보기관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잇달아 이란 공격에 대한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피력하면서 이란 공습을 밀어붙이려 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신베트(이스라엘 대내 정보국) 국장을 지낸 유발 디스킨은 지난 27일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의 이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고 비판했다. 그는 또 총리와 장관이 "메시아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란 공격은 그들의 핵 프로그램만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니 간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5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위협은 네타냐후 총리가 말하는 것 같이 그리 긴급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아직 핵무기 개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미 정보기관의 지난 2월 평가에 동의함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아울러 해외 정보를 다루는 모사드의 국장을 지낸 메이어 다간도 지난 3월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자신은 주장하지 않으며, 이란 정부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이견이 분출되는 것은 미국이 거부해도 이스라엘 단독으로라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협박해 왔던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사태의 전개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단독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들도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중동 지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이스탄불에서의 1차 협상 후 이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이란의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은 서방 국가들이 자신들과 협상에 나선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며 협상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이란의 승리'로 선전해왔다.
향후 관건은 내달 바그다드에서 있을 2차 협상이다. 분석가들은 2차 협상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이란 위기는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1차 협상은 이란의 협상 의지를 점검하는 게 목표였다면 2차 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을 예정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서방국들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 미만에서 멈춰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이란은 그간 자신들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의료 기기 등에 쓰일 민수용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서방 측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보유를 위한 수순 밟기라고 주장해 왔다. 만약 바그다드 회의에서 이란이 적극적으로 협상할 의사가 없으면 위기 분위기는 다시 도래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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