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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진보당, 이젠 대안 제시에 주력해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총선 평가와 한반도 정책

4.11 총선은 대다수 진보 민주개혁세력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국회권력교체와 진보적 교섭단체 실현이라는 양대 목표를 모두 놓쳤다.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대승, 민주당 참패, 통합진보당 약진이라고 표현했지만, 당내 대다수 당원들과 당 간부들은 목표 달성 실패에 침울해 있다. 이제 우리들은 실패의 원인을 찾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이다.

총선 약평

통합진보당은 MB 정권과 새누리당을 총선에서 심판하고 진보개혁세력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해 새로운 진보개혁시대의 문을 열며, 안정적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진보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총선에 임했다.

총선 결과는 다 알다시피,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기타 3석이다.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을 막아내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실패했다. 통합진보당이 원래 내세웠던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의석수를 5석에서 13석으로 늘렸을 뿐 아니라,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함으로서 대중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적으로는 그런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원래 목표 달성에 실패함으로서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선전했다는 기쁨보다는 목표달성 실패에 대한 아쉬움과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데에 대한 자괴감이 크다. 특히 전통적인 진보정치 1번지이며 3명의 현역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던 창원과 울산에서의 완패와 사천 남해 하동 강기갑후보의 낙선은 뼈아프다. 더군다나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에서 획득한 10.2%는 2010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구(舊)민주노동당과 구(舊)참여당이 얻은 득표율에 훨씬 미치지 못한 수치로서 양당의 지지층마저 흡수하지 못했다. 이것은 진보대통합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했던 통합진보당에게는 가히 충격이었다.

여기에서 이러한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통합진보당이 내세웠던 양대 목표는 실현불가능한 주관적 기대와 희망에 불과했던가? 아니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목표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캠페인을 잘못해서 실패했던 것인가? 이것이 현재 문제의 초점으로 대두되었다.

통합진보당이 4.11총선에서 몇 가지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 선거 정세인식의 안이함 때문이었다. 통합진보당은 선거정세인식에서 MB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에 기대 안이한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그 결과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만 되면 만사가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선거 전략을 세우지 않았고, 자연 선거 투쟁 역시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되었다.

MB 심판의 민심은 명확했다. 하지만 반사이익에 기댄 안이한 낙관은 비주체적이고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심판의 반사이익에 기대 매우 소극적으로 선거활동을 펼쳤다. 올바른 정세판단과 현명한 대안 제시 그리고 주체의 치열한 운동 없이 거저 주어지는 승리란 없다. 상대인 새누리당은 비대위를 구성해 박근혜를 중심으로 사력을 다해 선거운동을 전개했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했다. 양측의 치열성에서 야권연대진영이 패배했다.

둘째, 반MB 연대로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MB 심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희망과 대안제시에 실패했다. 그 결과 야권지지층을 광범위하게 결집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일대일 구도만 형성된다고 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구도만 있고, 메시지는 없는 야권연대는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됐다. 진보개혁세력들은 야권연대가 왜 필요하며, 그것이 새로운 대안으로 될 수 있다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비전제시 없이 맹목적인 심판론에 갇혀 있었다.

셋째, 통합진보당의 독자적 정체성과 색깔을 대중들 속에서 각인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야권연대와 함께 민주당과는 차별있는 정책비전과 선거 전술을 통해 민주당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대중들에게 대안정당으로 등장했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또한 차별적인 정책 비전과 독자적인 선거 전술을 통해 민주당을 올바로 견인했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대중속에서 구별·정립시키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고 열망하는 진보적 대중들을 총 결집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넷째, 통합진보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울산과 창원에서 실패한 것이 뼈아프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특히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한계, 광역의원 사퇴 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혼란 등으로 인해 노동계급의 통일단결과 이에 기초한 계급투표전략을 구현하지 못한 것이 그 핵심요인이다.

통합진보당은 이상과 같은 요인으로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중적 평가는 이와 다르다. 대중들은 통합진보당이 과거 2004년 총선에서 10석, 2008년 총선에서 5석을 뛰어넘는 13석의 의석을 차지한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특히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한 것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 목표달성에는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석수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진보정치를 바라는 국민 대중들의 열망의 확산,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진보정당이라는 기본 요인이 작동하고 있는데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 전술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전략과 전술을 통해 진보정당의 강화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향후 정세 전망과 통합진보당의 대북정책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두고 야권연대 세력이 완패함으로서 향후 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의 위력이 다시 과시됨으로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지가 강화되고,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완패함으로서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면서 수많은 내부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야권내부의 지도력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야권연대세력들은 MB심판구호 외에 이렇다 할 총선 전략과 전술이 없었으며, 주동적이며 적극적인 대여공세자체가 없었다. 선거과정에서 제기됐던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 역시 주도면밀하게 기획하지 못한 채 즉흥적 대응으로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김용민 파동 역시 마찬가지로 무기력했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핵심적 문제는 한명숙 지도부의 지도력의 완벽한 부재 문제이다. 이러한 지도력의 무기력증을 극복하지 않는 한 대선 승리를 내다볼 수 없다.

이번 총선 결과가 보여주는 바는 이렇다. 현재 여야의 힘의 역관계는 거의 대등하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46.13%이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46.75%이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이 보수와 진보개혁진영의 힘의 역관계가 팽팽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성적을 놓고 보면 대선에서 여야의 대결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팽팽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낙관을 하기에는 현재 야권의 태세가 너무 취약하다. 여권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전력투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야권진영은 대선 후보조차 오리무중이며, 오합지졸처럼 흩어져 있다. 올해 대선의 승패는 야권이 얼마나 이러한 흐리멍덩한 상태를 극복하고 질서정연한 투쟁태세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투쟁태세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총선과 대선투쟁에서 승리하는데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선거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대여 정치투쟁, 민중들의 생존권을 옹호하기 위한 민중생존권 투쟁을 적극화하는 문제이다. 투쟁 없이 총선 대선 승리 없다는 것은 철칙이다. 대중들의 절절한 요구와 염원, 분노를 결집시키고 응축시키지 않은 채 선거에 임한다면 필패이다. 대중들의 요구와 염원, 분노를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은 광범한 진보개혁세력들이 연대 연합해서 단결된 대여정치투쟁, 민중생존권 투쟁을 활발히 펼치고 이것을 반MB, 반 새누리당 투쟁으로 승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읽고 국민 대중들이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각종 민중생존권적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관철해 나가기 위한 비타협적 투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 현재 원대 다수당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내투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원내외 투쟁을 잘 배합해서 국민 대중들의 힘을 적극 조직·동원해 활발한 민생입법 쟁취투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 비록 의회 과반수 달성에는 실패했더라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할 때 약속했던 민생개혁입법안과 공동 정책과제들을 국민 대중들과 함께 쟁취하고 입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19대 개원국회 투쟁을 잘 펼쳐 나가야 한다. 국민 대중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자리싸움에 매몰되지 말고,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한 민생개혁입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MB정권과 새누리당의 반민중적 성격을 폭로, 규탄하고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의 본질이 대중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원내투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민 사회단체와 국민 대중들과 함께 하는 활발한 대중투쟁을 동시병행적으로 결합해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즉 원내외 병행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또한 한반도 정세동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기초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펼쳐 나가야 한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미 2.29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대화와 협상국면이 펼쳐질 것처럼 보이더니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한 한미의 강경한 대북 대결정책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최악의 대결상태로 급변해 버렸다. 현 상황은 대결은 대결을 부르고, 급기야는 물리적 충돌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현 상황이 대화와 협상으로 타개되지 않는다면 2010년대 연평도 포격사건 때처럼 물리적 충돌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한반도에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물리적 충돌상황이 발생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남북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이며, 이 땅의 민중들에게 불행한 일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결적 국면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구조를 되살리기 위한 한반도 평화 실현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발한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통일정당으로서의 자기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보면서 다음과 같은 대북 정책기조를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첫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남북사이의 모든 문제를 이에 입각해서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의 핵은 상호간의 체제인정과 존중, 공존공영, 공동번영의 정신이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 실현을 남북이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또한 모든 문제들을 대결과 물리적 수단과 방법을 앞세우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둘째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명백히 반대하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양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체제 공존형 통일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체제 공존형 통일 체제와 형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민중들의 자주적 참여를 통해 만들어나가야 되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체제통일론에 입각한 통일추구노선을 반대하는 것이다. 체제 통일론에 입각한 통일 추구노선은 필연적으로 대립과 대결을 불러오고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한다. 남북사이의 대립과 대결의 근원은 체제통일론을 추구하는 세력들의 과욕에 있다. 체제통일론자들은 상대방 체제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악마화한다. 그 결과 상대의 모든 행위들은 적대적인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펼친다. 즉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끊임없이 고립 약화시키기 위한 대북정책을 펼치는데서부터 대결과 대립이 나오고 있다.

셋째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 대결상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타개하고, 남북 교류 협력 시스템을 되살려 내야하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6자회담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MB정부가 반북대결정책을 화해협력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점에서 MB정권의 5.24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급선무로 되고 있다. 하지만 MB정부는 스스로의 힘으로 정책전환을 할 의지와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모든 국민 대중들이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대중행동전에 뛰어 들어야 한다.

넷째 12월 대선을 전쟁세력과 평화세력, 남북대결세력 대(對) 화해협력세력의 대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들이 단결단합해 진보적 정권교체투쟁에 나서야 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5·6월호(제18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4.11 총선 이후 한반도 정세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진보적 정권교체를 향한 새로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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