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치안당국은 유대인 학교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해 용의자 추적에 나선 끝에 21일(현지시각) 새벽 3시부터 용의자가 은신해 있던 5층짜리 아파트를 포위한 후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유대인 학교에서 직전거리로 불과 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전 10시가 넘은 현재도 경찰특공대는 은신처를 포위한 채 용의자가 대치하고 있고, 자수하지 않으면 체포 작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용의자는 21일 오후에 자수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일부 매체는 "용의자가 체포됐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 프랑스 경찰이 공개한 연쇄테러 용의자 모함메드 메라. |
용의자는 자수를 하겠다면서도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경찰특공대도 섣불리 체포 작전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가 중무장했기 때문이다. 권총은 물론, AK소총과 기관단총, 수류탄까지 갖고 있고, 경찰이 포위할 때 총을 발사해 경찰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고, 스스로도 자신을 이슬람 전사를 뜻하다는 무자헤딘이라고 밝히고 있다. 용의자는 최근 2년 사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지의 탈레반 조직에서 훈련을 받았으나, 이웃에게는 평범한 청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을 제조한 혐의로 체포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교도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고, 이듬해 탈레반의 대공세 과정에서 다른 수감자 1000여 명과 교도소를 탈출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치안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용의자는 원래부터 감시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테러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용의자는 또 다른 범행도 계획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추적이 아니었다면 22일 또다른 군인들을 살해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용의자는 지금까지 범행을 저지를 때도 목에 항상 비디오카메라를 걸고 범행 과정을 모두 녹화했으며, 이 동영상들을 인터넷에 올리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 출신 군인과 유대인들 연쇄살해 혐의
용의자는 지난 11일 스쿠터를 훔친 뒤 군인 한 명에게 스쿠터를 팔겠다고 유인한 뒤 총으로 살해하고, 나흘 뒤인 15일에는 또다른 군인 3명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렸다. 그리고 다시 나흘뒤인 지난 19일 툴루즈의 유대인 학교 앞에서 등교 중이던 학생과 학부모에 총격을 가해 어린이 3명과 유대인 교사 1명을 살해하는 등 7명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메라는 경찰에 "후회는 없다. 좀 더 사람을 죽일 시간이 없는 게 유감"이라고 말하고 "프랑스를 굴복시켰다"는 주장까지 했다.
메라는 군인에 이어 어린이들까지 살해한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까지 무차별로 죽인 것에 대해 복수하고, 또한 프랑스군의 해외 파병을 막기 위해 군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유대인 학교에서 살해된 어린이 3명과 어른 한 명 등 4명 모두 유대인이며, 살해된 군인들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부대 소속이고,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알카에다는 서방 군대에 복무 중인 무슬림 출신 군인들을 배신자로 간주해 테러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메라도 "아프가니스탄전에 개입한 프랑스군에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 앞두고 정치쟁점 전망
이번 사건은 4월말 프랑스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유대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며, 500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이 살고 있어 유대인과 무슬림이 관련되니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 국적의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자국에서 테러를 저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무슬림 이민자가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서 극우 성향의 후보들이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디.
재선을 노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우파 성향이 강하고,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했다는 점을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에 따르면 현재 100여 명의 유럽 국적자들이 파키스탄 등지에서 테러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졌다. 이 가운데 절반은 독일 국적자이고 프랑스인도 10여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에서는 자국 시민권자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