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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휴대폰 100만대 돌파와 대형슈퍼 등장에 '숨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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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휴대폰 100만대 돌파와 대형슈퍼 등장에 '숨은 코드'

[한반도 브리핑] 당대표자회 왜 개최해나?

북한이 4월 중순 다시 당대표자회를 개최한다. 2010년 9월 김정은 후계자를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한지 19개월 만이다. 북한은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당 총비서 및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상적으로 4월경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국방위원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 규약과 북한 헌법에 따르면 당 총비서가 당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직하고, 국방위원장이 최고사령관을 겸직하도록 되어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작년 말 김정일 위원장 사후 최고사령관에 추대된데 이어 올 4월에 총비서 및 당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장에 모두 추대(선출)될 경우 제도적으로 단일 영도체제를 완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당 사업에서 주선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사업은 오늘도 앞으로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튼튼히 세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전 당을 영도자의 뜻을 무조건 따르려는 하나의 의지가 관통된 순결한 조직사상적 전일체로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를 당 기능의 강화와 김정은 중심의 영도체계를 확립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시대를 공식 선포하는 회의가 되는 셈이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의 일부 교체도 예상된다. 사망한 조명록 정치국원, 박정순 정치국 후보위원을 비롯해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위원명단에서 빠진 주상성 전 인민보안부장, 홍석형 전 당비서 등이 대상이다. 이명수 신임 인민보안부장의 정치국 진입이 유력하고, 내각 교육위원장에서 승진한 김용진 부총리,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에서 자리를 옮긴 이광근 조선합영투자위원장, 최근 승진한 것이 확인된 김승두 내각 교육위원장, 최광진 내각 재정상 등의 당적 지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동당의 전문부서 책임자급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는 설이 있기 때문에 이번 당대표자회 때 교체된 인사들의 면면이 확인될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은 당규약을 일부 개정해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추가할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관심은 당 대표자회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전후해 열리는 만큼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평가하고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정책노선이 나올지 여부에 쏠려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90년대 후반 3년 간의 유훈통치를 마치고 총비서에 취임한 후 국가전략으로 "강성대국 건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획기적인 개혁‧개방 노선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올해 들어 연속적으로 군부대를 방문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의 행보를 볼 때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도 선군 노선과 강성대국 건설 노선의 계승을 강조할 것이다. 특히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고, 6자회담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경제개발 노선을 공식적으로 내놓기에는 부담이 크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면서도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을 경제부문에서는 종자로 틀어쥐고 나가야 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2년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를 단행하면서 내세운 원칙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다만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한 것처럼 "지식경제강국 건설"이 김정은시대를 특징짓는 정책방향으로 강조될 가능성은 크다. 이와 관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올해 신년사설을 해설하면서 "경제건설에서는 종전처럼 경공업과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지목하고 여기서 혁신을 일으켜나갈 것을 강조하였으나 다음 단계의 목표도 제시하였다"면서 "'우리 식의 지식경제강국'을 일떠세운다는 것"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후계자로 본격 활동에 나선 김 부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의 마련은 대외무역구조와 산업구조의 개선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서 제한된 지역을 경제특구라는 이름으로 개방하거나, 투자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CNC(컴퓨터수치제어기술)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지향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지식경제강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북한이 김용진 교육위원장을 부총리로 승진시키고, 교육위원장에 김승두 리과대학 총장을 임명한 것도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현실화하기 위한 과학기술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 것이다.

▲ 작년 9월 북한 조선중앙TV의 한 장면. 이 방송은 '공중도덕과 우리 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손전화기'(휴대전화)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북한식으로 표현되는 추상적인 정책 방향이 아니라 2008년 김정은 부위원장 등장 이후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제적인 변화의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초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 대수가 3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한마디로 '통신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2008년 12월 북한 체신성은 이집트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와 합작으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다음해인 2009년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9만 명에 달했고, 2010년에는 43만 명을 넘어 5배 정도 폭증했다. 2011년에는 다시 2배가 늘어 9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2월 초 마침내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08년 말 처음 휴대전화 서비스가 개통됐을 때 잘 해야 수만 대 정도가 팔릴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치다.

북한 내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 범위도 점차 확대돼 평양을 비롯한 14개 주요 도시와 86개의 소도시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통상 1990년대 후반 북한의 전화 보급 대수는 100만대를 넘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은 유선전화 보급보다는 '3세대 이동통신'으로 바로 넘어가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휴대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노틸러스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에서 거주하는 20~50대 인구의 60%가 휴대폰을 사용한다. 이 보고서는 "상인층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도 휴대폰이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한 해외동포도 "아들과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 휴대전화를 사 주는 집이 늘고 있다"며 "휴대폰 보급으로 업무의 효율성이나 연락의 신속성이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변모됐다"고 말했다. 휴대폰 외에도 컴퓨터(노트북), 디지털카메라, DVD 플레이어, MP3 등의 전자기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젊은 네티즌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검색과 정보교류에 익숙해졌고, 해외정보도 쉽게 접하게 됐다.

한편, '통신혁명'과 함께 평양에 '광복지구 상업중심' 등 대형 슈퍼마켓이 등장하면서 유통분야에도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대형 슈퍼마켓이나 보통강상점 등 전문상점은 시장 영역을 계획영역으로 흡수하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이자 물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상점의 가격은 "시장의 가격보다 눅게(싸게), 다른 국영상점의 가격보다 높게 설정했다"고 전해진다. 국영상점망을 통한 물자 공급 부족으로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발걸음을 잡겠다는 조치다. 국가가 보장하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언제나 시장보다 싸게 살 수 있다면 굳이 시장에 갈 이유가 없게 된다. 시장 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북한 당국의 구상대로 대형 슈퍼마켓과 전문상점들이 평양의 각 구역을 비롯해 각 도시에 들어설 경우 북한의 상업유통망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 영역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지만 북한식 "유통혁명"인 셈이다.

특히 최근 나타나고 있는 통신과 유통 분야의 변화가 2009년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의 중심부에서 시작된 "유통혁명"이 평양의 외곽과 주요 도시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체계의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물자공급, 특히 상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쌀값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로 문을 연 광복지구상업중심이나 대형 상점들에서 쌀을 비롯한 생필품을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북한은 일단 중국 등 해외자본을 유치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듯하다.

지난 3년간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경제특구, 북한 내부에서 부는 통신과 유통 분야의 변화 바람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해마다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고, 중동이나 러시아에 파견되는 노동자들의 수도 늘고 있다. 비싼 핸드폰을 구매해 사용하고, 새로운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는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북한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이 김정은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계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선군 노선과 경제개발 노선의 병행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남쪽이나 외부 세계는 개혁‧개방 없이는 경제성장도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결과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4월 당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일 시대의 노선 계승에 강조점을 두면서 조심스럽게 북한 내부의 변화를 수용 또는 촉진하는 김정은 시대의 색깔을 시사하는 정책 방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당대표자회 준비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이수용 전 조선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이 어떤 경제 노선을 건의할 지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판단해 북한이 당대표자회에서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대외적으로 문을 더욱 폭넓게 여는 방향에서 이뤄질 대외 교류 강화와 해외자본 유치, 경제특구 확대 등의 조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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