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4일(현지시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시위대 유혈진압 중단과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져 결국 무산됐다.
표결 직전 시리아에서 하루 사이에 민간인이 최소 260명 사망했다는 보도가 났고, 안보리 결의안의 문안도 서방과 아랍국들이 제출한 초안보다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외신들은 안보리가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나 시리아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등의 조항은 넣지 않는 결의안을 마련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이 부결되자 서방의 비난이 쏟아졌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맹비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인들을 실망시켰다"며 "시리아인들에 대한 잔악한 탄압을 편들었다"고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유감 성명을 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러시아가 제안한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적극 소명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이 시리아의 현실을 부적절하게 반영하고 있고, 시리아 사태 당사자들에게 균형잡히지 않은 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추르킨 대사는 "시리아 야권이 폭력 행위를 자행하는 극단주의 세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러시아의 제안이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정부군이 도시에서 철수하는 것과 함께 국가기관 및 주거지역에 대한 무장 반군들의 공격도 중단돼야 한다는 내용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일 뮌헨의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반군도 폭력과 도시 장악을 중단해야 한다는 수정 제안이 추가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그 내용이 없으면 아사드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요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안보리가 비현실적인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하거나 어느 한 편에서 내전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느 상식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불법 무장 세력에 장악된 도시를 그냥 넘겨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리바오둥(李保東) 주 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사회는 시리아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라며 시리아 정부에 일방적인 압박을 가하거나 해결 방안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세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반관영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리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가 낸 (시리아 결의안) 수정안을 지지한다"며 "일부 안보리 회원국이 계속 토론을 요구하는 가운데 표결이 강행됨으로써 중국은 반대표를 행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시리아에 대한 서방 측 무력 개입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작년 리비아에 관한 안보리 결의안 통과 때 양국이 기권하는 형식으로 묵인한 결과 서방의 공습이 가능했고, 그에 따라 중국ㆍ러시아에 불리한 정권이 리비아에 들어섰던 전철을 시리아의 경우에는 밟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편, 안보리 표결이 있기 하루 전인 3일부터 4일 새벽 사이 시리아 반정부 시위 거점 도시인 홈스에서 정부군의 포 공격으로 200명 이상이 죽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시리아 반(反) 정부 단체들이 주장했다. 그러나 아드난 마흐무드 시리아 정보장관은 "그 보도는 날조됐고 근거가 없다"며 "(반군측) 시리아국가위원회가 교사한 테러단체가 안보리 표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홈스와 다른 지역에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살이 있었다는 분노한 해외의 시리아인들은 유럽과 아랍권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 6곳을 습격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튀니지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튀니스 주재 시리아 대사의 추방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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