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기정, 이용섭 당 대표 후보 간 '반(反) 김한길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이어진 '김한길 대세론'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이 후보 측은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단일화를 이루자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당장 이번주 초부터 협상테이블을 꾸릴 예정이다.
이용섭 후보는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단일화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단일화의 가장 큰 명분은 당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김한길 후보가) 민주당을 지켜낼 것인가 어렵고 힘든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해서 걱정이 있기 때문에 당을 지키기 위해서 단일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전남 화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대선패배에 따른 지역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는 필요하다"며 "아름다운 단일화를 실현하겠다"며 단일화 의지를 밝혔다.
강 후보도 이날 "저와 이 후보는 호남 정치력의 복원을 위해 경선에 나섰다"며 "새로운 민주당을 재탄생시키고 분열이 아닌 통합을 이루기 위해 이달말까지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는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단일화 룰 놓고 강-이 주도권 쟁탈전 시작
이 후보 측은 이미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 후보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마지노선에 대해 "28일"이라고 밝혔다.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가 28일 끝나고, 내달 1∼2일엔 권리당원 ARS 투표 및 국민·일반당원 여론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일화 방식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식이라면 모두 수용할 수 있다"면서 대의원 50%, 권리당원 30%,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20%씩을 합산하는 전대 룰을 기반으로 한 방식을 제안했다.
이 후보 측이 비교적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데 비해 강 후보 측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강 후보 측은 2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협상테이블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와 방법 등은 현 단계에선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적어도 이달 안으로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다만 "당초 이 후보 측이 시기와 방식 등 뭐든 수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믿고 있다"며 주도적으로 단일화 협상을 이끌 것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강 후보 측은 룰만 유리하게 짜여지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향후 단일화 논의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이 후보 역시 여론조사 등에서 앞서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강 후보 측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단일화 시한인 이달 말까지 일주일 가량은 강-이 후보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반(反)김 연대, 국민이 어떻게 볼지 큰 걱정"
반면 김 후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볼지 큰 걱정"이라며 "정치에서의 연대, 단일화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6·9 전대 당시 '이해찬-박지원 연대'로 인해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한 것을 거론하며 "담합 때문에 졌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명분 없는 단일화"라고 비판하는 것은 불안심리의 표출이라는 해석이 많다. 강-이 후보가 단일화하고, 친노와 주류측이 단일화 후보를 밀어줄 경우 '김한길 대세론'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전대를 앞두고 아직까진 친노 주류가 약간 물러나있는 듯한 형세이지만, 단일화를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당원투표, 일반인 여론조사 등에 상당한 동원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노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은 김 후보가 '강-이 단일화'에 대해'명분이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 "당연히 단일화 때문에 위협받는 쪽은 그렇게 이야기 할 것"이라며, 단일화 이후 판세에 대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 불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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