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2009년 사상 처음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은 2010년 미국, 일본, 독일 등 경쟁국들과 차이를 더욱 벌리면서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2010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1,826만대, 1,806만대로 2009년 대비 각각 32.4%나 늘어났다. 2010년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 증가율은 2009년(46%)보다 낮았지만 30%가 넘는 증가율도 과거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우 놀라운 성과이다. 이젠 적어도 양적 측면에서 중국이 자동차산업 세계 1위라는 점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며, 앞으로 중국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패러다임(paradigm)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에 더욱 주목할 때가 되었다. 다만 2011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보다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3∼4년간 지속되었던 폭발적인 증가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앞으로 당분간은 중국의 내수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동차산업 발전 현황과 전망을 제대로 짚어내기 위해서는 현재 자동차산업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플레이어(player)'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 증가를 이끈 상위 10개 기업들을 살펴보면 최상위 국유기업 네 곳, 상하이자동차(上海汽车), 디이자동차(第一汽车), 둥펑자동차(东风汽车), 창안자동차(长安汽车), 그리고 베이징자동차(北京汽车)와 광조우자동차(廣州汽车)를 더한 여섯 개 국유기업과 그 외의 기업들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그 외의 기업들이란 상위 10대 기업 순위에 꾸준히 들지 못하고 들락날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최상위 4대 국유기업이나 6대 국유기업들은 약간의 순위 변동이 있었을지언정 꾸준히 상위 10위권에서 상호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강력한 과점체제를 구축하였다. 아울러 이들 국유기업들의 과점체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간 자동차 생산량 7∼10위는 치루이자동차(奇瑞汽车), 하페이자동차(哈飞气车), 화천자동차(华晨汽车), 지리자동차(吉利汽车), 장화이자동차(江淮汽车) 등이 매년 약간의 순위 변동을 보이면서 차지하였고, 비야디자동차(比亚迪汽车)는 2009년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하였다. 따라서 중국 자동차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최상위 6대 국유기업과 그 외 7∼10위권을 맴도는 나머지 국유기업이나 민영기업 등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0여년간 중국 자동차산업의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승용차 제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주요 플레이어에 대한 논의는 승용차 제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로 좁혀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승용차 제조업은 사실상 다국적기업의 각축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국유기업들과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합자기업(Joint Venture)을 통해서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왔다. 중국 정부가 제도적으로 완성차 제조업에 대해서는 다국적기업의 단독투자나 50%를 초과하는 지분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중국 승용차 제조업 시장점유율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상하이GM우링(8.3%), 상하이GM(7.4%), 상하이폭스바겐(7.3%), 디이(이치)폭스바겐(6.3%), 창안(포드)(5.2%), 베이징현대(5.1%), 치루이(4.9%), 둥펑닛산(4.8%), 비야디(BYD)(3.8%), 톈진이치도요타(3.7%) 순이었다. 이중 최상위 4개 기업, 상하이GM우링,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 이치폭스바겐의 4강 구도가 갈수록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형 국유기업, 상하이자동차와 디이자동차의 합자기업들이 승용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다국적기업의 성과 측면에서는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고, GM, 도요타, 현대, 혼다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2005년 이후 17%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기록하며 2위 기업과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반면 나머지 다국적기업들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6∼12%로 큰 기복을 보였고, 그에 따라 순위도 자주 바뀌었다. 결국 중국 자동차산업에서 경쟁은 국유기업 간 경쟁과 다국적기업 간 경쟁 등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다국적기업 간 경쟁은 실질적으로 합자기업 간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다국적기업과 합자관계가 없이 독자개발 모델로 성장한 국유기업, 치루이와 민영기업, 지리와 비야디의 경우, 비록 주류(主流) 플레이어는 아니더라도 국유기업 간 경쟁 유형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중국 자동차산업에 내재된 지역주의 현상이다. 이는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중국 중앙과 지방, 또는 지방과 지방 관계가 산업정책 수립, 자원배분, 외자유치 등에서 상생과 협력보다는 긴장과 갈등을 내포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거점 지역은 크게 여섯 개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지역은 자동차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후방 연관 산업기반과 기업, 관공서, 교육기관, 연구기관 및 배후 시장이 서로 가까운 곳에 집중된 산업 클러스터(cluster)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자동차산업 6대 클러스터는 지린(吉林)성과 창춘(长春) 중심의 동북지역, 상하이와 장쑤(江苏)성, 절강(浙江)성을 포괄하는 장강삼각주 지역, 후베이(湖北)성과 후난(湖南)성, 안후이(安徽)성의 중부지역, 베이징-톈진 지역, 충칭(重庆)과 쓰촨(四川)성 중심의 서남지역, 광둥(廣东)성을 거점으로 한 주강삼각주 지역이다. 이들 6대 클러스터간 자동차산업 주도권 획득 경쟁은 각 클러스터를 대표하는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6대 클러스터가 포괄하는 도시와 성(省) 중에서 자동차산업의 매출총액과 영업이익, 매출액 대비 이익률 등 질적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나타낸 세 곳은 상하이, 광둥성, 지린성이다. 그리고 이들 지방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과 계획의 주요 내용은 각 지역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쟁력 향상, 독자모델 개발 및 부품개발 역량 강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상용화 촉진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각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련 정책이나 구상에 대해 협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점은 '각 지역의 국유기업이나 다국적기업들이 앞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및 산업구조 고도화에 어떻게, 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산업은 지역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를 대체 수 있는 자동차 동력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와 전자, 정보통신, 대체에너지 등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최첨단 산업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중국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성장엔진으로서 부상한 것은 6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각 거점 지역 간 치열한 내부 경쟁이 산물이며, 경쟁의 주체는 지방 정부간 경쟁, 국유기업 간 경쟁, 합자기업을 통한 다국적기업 간 경쟁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세 가지 경쟁은 서로 다른 유형의 경쟁에도 긴밀한 영향을 주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서 좀 더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경쟁 유형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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