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3000억 유로 미만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ECB 사상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 ECB가 22일 사상 최대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AP=연합 |
하지만 발표 전날에는 3% 안팎으로 급등했던 유럽증시와 뉴욕증시는 정작 발표가 나오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JP모건 투자 전문가 스튜어트 슈바이처 등 시장관계자들은 "ECB발 호재는 이미 전날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CB가 모처럼 사상 최대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는데도 이것이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곧바로 나왔다.
실제로 현재 유로존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는 ECB의 유동성 공급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22일 국내 금융시장도 오전장에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당초 ECB의 유동성 공급의 목표는, 보유한 부실 국채로 인해 자본 부족이 심각한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해서 이들 국채를 매입하는 '간접적인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동성을 공급받는 대부분의 은행들은 국채를 매입하고 싶어도 이미 자본부족이 심해 그냥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급급할 지경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유럽은행들을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은 ECB 대출로 은행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은행들이 대출 자금으로 부실 국채를 매입할 경우 부실자산이 오히려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CB 대출의 일부를 국채 매입에 돌릴 여력이 있는 은행들조차 국채 매입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부실은행에 대한 설탕 퍼주기, 사실상 구제금융"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선임 외환전략가 세바스티앙 갈리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CB의 유동성 공급은 은행들의 자본을 채워주는 '달콤한 설탕 퍼주기'일 뿐, 유럽이 직면한 뿌리깊은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은행에 대한 사실상 구제금융"이라고 꼬집고 있다.
USB의 선임 경제자문역 조지 매그너스는 <FT> 기고문을 통해 "모든 유동성 지원과 마찬가지로 ECB의 이번 조치는 시간 벌기일 뿐이며 유럽의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어가면서 효과는 더욱 없어질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은 연말 연휴를 보낸 뒤 점증하는 유로 위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그너스는 유로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방만한 재정운용이 아니라 회원국들 사이에 경쟁력 등 여러 가지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재정통제에 초점을 맞춘 지난 9일 EU정상회의는 위기의 진짜 원인을 잘못 진단해 부절적한 의제에 부적절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매그너스는 "EU 지도자들은 유럽의 각국 경제와 은행들이 '좀비'화되고 있는 상황을 역전시킬 보다 긴급한 근본적 문제를 다뤄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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