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8일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북한 언론이 이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적은 최근에도 종종 있었지만 조평통이라는 공식 기구가 '역도' 표현을 쓴 것은 6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약 6개월 만에 실명 비난을 재개한 것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얼마 전 리명박 역도가 우리(북한)의 최고 존엄을 헐뜯는 소설을 꾸며낸 자에게 '격려편지'라는 것까지 보내며 대결적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소설 김정일>을 선물한 탈북 작가 림일 씨에게 격려편지를 보낸 것을 비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변인은 이어 "역도의 이번 추태를 통해 우리는 대세와 민심에 역행해 끝까지 대결을 추구하려는 그의 본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의 신성한 최고 존엄을 털끝만치라도 건드린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이른바 '대북 유연성 조치'에 대해서도 연일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대북정책의 유연성에 비낀 흉심'이란 제목의 글에서 실명을 쓰지는 않았지만 류우익 장관을 처음으로 겨냥하며 비난했다.
<민주조선>은 "대북정책의 유연성이란 것을 들고 나온 것은 현인택의 후임자인 지금의 통일부 장관"이라며 "북남관계 개선을 전면 차단하는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 유연성을 떠드는 것은 순전히 내외 여론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책"이라고 깎아 내렸다.
<민주조선>은 류 장관이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비정치 분야로 제한하는데 대해서도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다른 분야를 규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라며 "북남관계 문제를 비정치적 교류와 인도적 사안 등의 범위로 좁혀놓고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북한은 올 하반기 동안 류 장관의 일부 유연화 조치를 지켜보며 비교적 '조용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그 '유연화'가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님을 확인하면서 최근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가 '기다리는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신들 역시 남측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외교통상부에서는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회동이 있었다. 이 만남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농축 중단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해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3차 남북 비핵화 대화 및 북미 고위급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양국이 상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대화의 문턱을 더 높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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