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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미FTA 발효되면 TPP 참가 요청할 것"

[코리아연구원 기획] TPP와 동아시아, 분석과 제언 <2>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낯선 체제가 미국 아시아·태평양 중심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조명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협정에 참여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했다.

일본은 어떤 정치적 배경으로 TPP 교섭 참여를 선언했으며 그 파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TPP를 둘러싼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TPP 관한 코리아연구원의 특별기획 3편을 전재한다.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 숭실대 교수)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 싣는 순서>

[1] TPP를 둘러싼 일본 국내 정치적 배경 분석 및 평가 (최희식, 국민대)

[2] 미국의 동아시아 신개입 전략과 일본의 TPP 전략 (김양희, 대구대)
[3](가제)TPP와 미중관계, 분석 및 전망 (박홍서, 한국외대중국연구소) <편집자>


▲ 지난 8일 일본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 농민등. ⓒAP=연합뉴스

미국의 동아시아 신(新)개입 전략과 일본의 TPP 전략

2011년 11월 12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참가를 하루 앞두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자국 내에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TPP) 협상에의 참가의지를 에둘러 표명한다. 이는 또 다시 일본 내 TPP 반대기류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일본의 TPP 참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일본정부가 기존 FTA 정책기조로부터의 일대 전환이라 할 만한 새로운 FTA 정책을 각료회의에서 의결한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하에서는 TPP의 독특한 특성을 살펴보고 일본정부의 TPP 참여 구상의 배경을 짚어본 뒤 이를 토대로 일본의 새 FTA 정책 및 TPP 참여구상의 향후 과제 등을 도출하기로 하자.

Ⅰ. TPP의 특징 -미국의 동아시아 신개입전략의 결정판

TPP의 공식명칭은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연계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으로 그 첫 출발점은 싱가포르-뉴질랜드 FTA이다. 여기에 2006년 칠레와 브루나이도 합세하여 4개국 간에 TPP가 발효되었다. 이를 현재의 TPP와 구분하고자 'P4'로 통칭하기도 한다.

P4 회원국은 모두 소국 개방경제로서 세계 GDP와 무역에서 점하는 비중이 각기 0.8%, 2.2%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P4는 상품무역 분야에서 거의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였다.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인적 이동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이며 서비스 무역은 비개방분야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취하였고 별도의 양해각서(MOU) 형태로 노동과 환경에 관한 조항도 포함시켰다. 단, 투자와 금융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P4의 독특함은 애초부터 APEC 회원국만을 대상으로 추가 참여 자격을 부여하며 그를 위한 모델협정(template)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는 EU의 확대방식을 제외하고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점이다.

TPP는 P4의 확대판으로서 궁극적으로 APEC 회원국만의 환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지향한다. 2011년 11월 현재 P4에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5개국이 추가되어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를 P4와 구분하여 P9로 부르기도 한다. 기존의 P4에 비해 P9로 회원국이 늘어남에 따라 각국간 이해관계 대립이 심화되어 협상의 진척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알려지고 있다.

2008년부터 미국은 TPP에 관심을 보이다가 2009년 12월 14일 론 커크 USTR 대사가 비로소 미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TPP 협상 참가의향을 밝힌다. 그 서한에는 그는 TPP가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인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환태평양 경제통합의 플랫폼이 되어야 하며 참가범위도 호주, 페루, 베트남이 추가되어야 추후 APEC 회원국의 참가 기반이 형성되며 나아가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 ASEAN 회원국 등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TPP 참여로 소기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에는 P4와 같은 소규모 경제 위주의 확대로는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Bergsten and Schott(2010)도 USTR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TPP가 미국에 다음의 두 가지 이익을 제공하므로 협상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TPP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인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가능케 하며 특히 동 지역 내에 만연한 FTA 체결로 인한 미국 제품에 대한 차별을 만회시켜 준다고 강조한다. 둘째, 그간 일본, 한국 및 ASEAN이 미국에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균형자로서 아시아에 깊이 개입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밝히며 미국은 TPP를 통해 아시아만의 경제통합을 막는 동시에 안보면에서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제도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처럼 TPP는 한마디로 미국의 동아시아 신개입전략의 결정판이라 하겠다. 미국은 APEC의 한 축이자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동아시아에서 자국이 배제된 채 FTA 체결이 가속화되는 것을 견제하고자 TPP 참가를 결정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Claude Barfield and Philip Levy(2009)는 미국의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새판짜기(wholesale reconfiguration)'로 극명히 표현한다. 저자들은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李光耀)의 발언을 인용, "미국이 아시아에 APEC과 여타 환태평양기구들을 통해 더 개입하지 않으면 중국은 미국과 아시아국들의 국익을 해치는 지역 헤게모니로 냉혹하게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TPP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고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밑으로부터 실현하게 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Ⅱ. 일본의 FTA정책 전환과 TPP 참여구상의 배경

일본정부는 2004년 12월 FTA 정책을 「향후의 경제연계협정의 추진에 대한 기본방침」이란 제하에 공식화한 지 6년이 흐른 2010년 11월 9일 새로이 「포괄적 경제연계에 대한 기본방침」(이하「기본방침」)이란 FTA정책을 공표하였다.

「기본방침」은 신흥국 부상, 일본경제침체, DDA 전망 불투명, 주요국간 FTA 확대 등의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기반 재구축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상황인식하에 민감품목을 배려하되,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며 동시에 국내개혁 선행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FTA정책기조 제시를 골자로 한다. 이에 기초하여 일본정부는 앞으로의 FTA 과제로서, TPP 참가 여건 조성, 협상 중인 FTA 마무리, 한·일FTA 협상재개, EU와의 협의 가속화 등을 제시한다. 이것이 발표되자 단연 주목을 끌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TPP 참가의지 표명이었다. 일본 정부는 TPP 참가의 목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개방을 통한 경제 활성화다. 일본에서 TPP 지지론자들은 TPP 참가가 단순한 무역 자유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저출산-고령화로 일본경제의 지속적인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발발한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산업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이것이 산업공동화로 이어질까 일본정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둘째, 일본정부는 높은 수준의 농업시장 개방이 요구되는 미국과의 양자간 FTA가 당분간 어렵다는 현실 인식하에, 한·미FTA 발효시 미국시장에서 불리해지는 일본기업의 경쟁열위를 TPP 참가로 만회하려고 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는 한국의 FTA 체결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것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반영한다. 한·미FTA 발효시 한국에 대해 미국은 트럭(현행 25%), 베어링(현행 9%)의 관세를 10년 이내에 철폐하게 된다.

셋째, 일본은 TPP의 무역·투자 규범이 향후 이 지역의 실질적인 표준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일본도 TPP에 참가하여 일본에 유리한 규범을 제정하여 APEC 회원국 간의 경제통합체인 FTAAP 추진에 공헌하고 DDA에서의 규범 제정에서도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자 한다. 일본은 TPP에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선진국이 포함되어 있어 TPP에서 질 높은 무역규범의 제정이 가능하다며 고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방침」은 그러나 TPP 참가의 기회비용도 명시하고 있다. TPP는 10년 이내 전 품목 관세철폐를 원칙으로 하므로 일본이 TPP 참가시 지금까지 민감품목을 일괄 제외해 온 방식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TPP 참가에 반대하는 농림수산성은 주요 19개 농산품의 관세가 즉시 철폐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연간 4.1조 엔, GDP는 연간 1.6% 줄 것으로 추산한다. 농림수산성은 또한 일본이 TPP 협상에 참가한다면 특히 미국이 쇠고기 시장 개방과 비관세장벽 해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Ⅲ. 일본의 TPP 참여 구상의 평가와 전망

일본의 TPP 참여 구상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제시된 FTA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통상정책의 차원을 넘어, 외교안보적 지역전략적인 맥락이 강한 다목적용 포석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해 보자.

첫째, 대한관계에서 일본은 한미FTA 체결에 대해 TPP 체결로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열위를 만회하는 동시에 한국을 한·일FTA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는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 둘째, 대미관계에서는 후텐마기지 이전문제로 삐거덕거리는 일미관계를 복원하고 중국에 대응하여 일·미동맹을 강화하는데 TPP를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셋째, 대중관계에서는 중국의 역내통합 주도권을 견제할 의도로 시작한 한·일FTA가 지체되고, 이젠 한국이나 ASEAN만으로는 중국견제에 역부족을 느끼자 미국과의 FTA라는 강공책을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대EU관계에서도 일·EUFTA에 소극적인 EU가 미국견제를 위해 일본과의 FTA 협상에 나서게 하며 협상 시 대EU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다목적용 포석이 실제 TPP 참가로 실현되기까지는 일본이 적잖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일본이 개방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서려면 자국 내 농업개혁이 불가피하나 우선 이것이 쉽지 않다. 일본의 기존 FTA의 상품 개방 수준(품목수 기준)은 84~88%이나 한국, 중국, EU 등이 TPP 참가국과 체결한 FTA의 양허수준은 모두 95%를 상회한다. 이 점에서 TPP보다 일·EUFTA나 한일FTA의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흥미롭게도, 2010년의 「기본방침」수립으로 한국과 일본의 FTA정책이 유사해졌다. 예컨대 기존 FTA 정책목표인 '상호경제관계 강화'가 2010년에는 '높은 수준의 FTA와 국내개혁'으로 전환되었고 FTA 체결대상도 동아시아 중시에서 거대선진경제권으로 바뀌었다. 포괄범위나 개방 수준도 포괄적·높은 수준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세계3위의 내수시장 규모를 보유한 나라 일본이 높은 수출의존도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에 자극받아 한국과 유사한 FTA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이렇듯 FTA 정책기조를 급선회한 결과 일본의 새 FTA 정책은 기존정책과의 일관성과 통일성이 흐려졌다. 그간 동아시아공동체론을 설파하고 세계경제의 견인차라며 아시아와의 연계강화를 강조해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TPP 참가구상에는 더 이상 아시아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선진국이 포함되어 있어 좋다는 반응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급선회의 배경에는 우선 기존 FTA 정책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겠으나 중국 견제 필요성과 한국의 약진에 대한 조바심이라는 외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은 아시아 주변국에게 동아시아공동체론은 포기한 것인지, 주변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하고자 하는지 명쾌한 입장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일본이 TPP에서 자국에 유리한 무역규범 제정에 나서기까지 일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일본이 협상에 참가하기 이전에 협상의 대체적인 윤곽이 잡혀 있는데 일본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빨라야 1년 이내로 알려져 있다. 2011년 11월 12-13일간 미국에서 개최된 TPP 협상에 일본은 옵저버 자격의 참가도 불발된 것을 볼 때 일본 의도대로 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사실 최근 일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7%가 수상의 TPP 참가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상의 국내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지도력 및 대미 협상력 발휘 등에 대해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는 응답이 56%에 달했다(산경·FNN世論調査, 2011. 11. 14).

Ⅳ. 한미FTA, TPP 그리고 동아시아 통합의 미래

한미FTA가 결국 국회에서 비준된 이즈음, 일견 무관해 보이는 한미FTA와 TPP의 관계를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의 관점에서 조명해 보는 것은 한미FTA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현재 TPP 협상은 총 24개 분과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존 P4 회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TPP의 템플릿으로 P4보다는 한미FTA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PP에서는 P4와 달리 상품무역 협상분과가 농업, 공산품, 섬유의류 등으로 세분화되었고, 원산지 규정도 한미FTA에서처럼 섬유의류의 Yarn Forward 규정이 추가될 전망이며 서비스 또한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로 나뉘었고, 노동과 환경이 추가되었다. 이렇듯 미국의 입김으로 TPP의 골격은 P4보다 한미FTA에 가까워지고 있다. 만일 최종적으로 TPP가 한미FTA와 유사하게 된다면 한국은 동아시아 통합시 자국이 체결한 FTA를 발판으로 삼게됨에 따라 의외의 어부지리를 얻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미국, EU, ASEAN 등 전세계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한국은 FTA 유형의 백화점이 되었다. 단적으로 한국의 기체결 FTA의 원산지 규정에는 NAFTA형, 판유로형, 아세안형이 다 있다. FTA를 다수 체결함에 따라 실제 교역시 거래비용이 오히려 커지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가 발생할 우려조차 존재한다. 그로 인해 설령 TPP의 템플릿이 한미FTA가 되더라도 그다지 한국의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TPP의 템플릿으로 P4보다 한미FTA를 강조한다는 점은 미국에게 TPP와 한미FTA가 별개로 사고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신개입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상호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즉 미국이 TPP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는 한미FTA와 거의 일치한다. 미국에게 한미FTA가 동아시아 통합에의 개입을 위한 출발역이었다면 TPP는 중간역쯤 되며 그 종착역은 FTAAP라 하겠다.

따라서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그 다음 수순으로 미국이 한국에 TPP로의 참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여 TPP에 만일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게 된다면 이는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할 게 틀림없다. 이미 11월의 APEC 회의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로 TPP의 판이 커지는 가운데 자국을 사실상 배제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하였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욱 집요하게 한국에 한중 FTA 체결을 요구하는 동시에 한중일FTA 체결도 서두를 것이다. 이런 중국을 바라보며 일본 또한 한일FTA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한국은 내부적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FTA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며 나아가 TPP 논의뿐 아니라 동아시아 통합논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동아시아 통합논의가 기존의 일·중 간 경쟁구도에서 자칫 미·중 간 경쟁구도로 전환되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더욱 급박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편으로 한국의 한미FTA 체결에 의해, 다른 한편 일본의 TPP 참가로 인해 가속화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여하에 따라 기존의 동아시아 통합논의는 사실상 형해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동아시아의 FTA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되므로 반겨야 할 것인가. 그 한복판에 한국이 있으니 이제 우리는 FTA의 허브가 되었다고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인가. 그렇지 않다. 동아시아 구성원의 자발성과 신뢰에 기초한 통합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촉발되어 상호 불신과 견제에 기초해 완력으로 밀고 당기는 경제통합은 첫 출발부터 위태로우며 지속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한미FTA를 시발점으로 준비되지 않은 개방이 가속화되는 동시에 동아시아의 경제통합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표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나라보다도 동아시아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결단의 시기에 놓여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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