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 탱크가 반정부 세력이 점거한 시리아 중부 라스탄의 도시 중심부를 포격했다고 전했다. 반정부 활동가들은 라스탄과 홈스 등에서 최소 24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런던에 위치한 인권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이날 하루 발생한 시리아 전역의 사망자 수를 50여 명으로 추산했다.
현재 시리아에서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홈스다. 시리아 중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수니파, 시아파, 알라위파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 인구 구성이 복잡하고 친정부파와 반정부파가 모두 총기를 소지한 채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홈스의 상황을 TV로 지켜보던 시리아인들을 매우 놀라게 만든 장면이 <알자지라> 방송의 카메라에 담겼다. 시리아의 유명 여배우 파드와 솔리만이 앞장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독려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영상 바로보기)
솔리만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 태생이지만 배우로 활동하면서 수도 다마스쿠스에 살고 있었다. 십수 편 이상의 TV 프로그램과 다수의 연극에 출연한 그는 지난 3월부터 공개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몇 안 되는 여배우들 중 하나다. 그러나 솔리만의 종교는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같은 이슬람 알라위파다.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알자지라>는 "그는 시리아 정권과 자신이 속한 (종교)공동체, 가족에 모두 반기를 들었다"고 묘사했다.
그러자 가족도 그를 버렸다. 방송 화면을 지켜본 그의 형제는 국영 TV 방송에 나와 가족들은 이미 그와 의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리만의 행동이 돈 때문일 거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솔리만은 자신의 운명이 감옥이나 죽음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시위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솔리만은 24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다마스쿠스를 떠나 홈스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시리아 배우 파드와 솔리만.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홈페이지 화면캡쳐 |
- 당신은 왜 홈스로 가서 반정부 시위를 이끌게 됐나요?
"홈스는 포위된 도시이며 순교자의 수도 많고 탱크들이 도시 구획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리아 정권은 사람들 사이의 종파주의적 갈등을 만들어 내려고 하죠. 이 모든 이유 때문에 나는 총소리가 들려오고 탱크가 서 있는 홈스로 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게 됐습니다.
나는 단지 우리 시리아인들은 하나의 국민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정권의 주장을 반박하고, 시리아에는 종파주의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시위대가 무장 그룹이라든가, 외국 요원이라든가, 급진 이슬람주의자라고 하는 정권의 거짓말을 멈추게 하고 싶었습니다."
- 시위를 이끄는 모습이 방송에 보도된 후 당신의 삶은 어떻게 변했나요? 가족들이 당신을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나는 내 운명이 죽음이나 감옥 중 하나일 것을 알면서도 홈스로 왔습니다. 내 인생은 지금도 위협받고 있죠. 군대는 온 이웃을 뒤지며 나를 찾고 내가 있는 곳을 대라고 많은 사람들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나 가족들의 결정에 대해 상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소수자 그룹의 가족들은 이의를 제기하는 가족 내 다른 구성원에 대해 많은 압력을 행사한다는 겁니다. 많은 가족들이 이 때문에 분열되기도 하죠."
- 시리아에서 얼마나 많은 알라위 교도들이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나요?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소수 그룹 출신입니다. 유명한 반정부파 인물들을 보세요. 그들은 모든 종파와 종교들에서 배출됐답니다. 다마스쿠스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시위를 조직하고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남부의 스웨이다나 서부 타르투스 등 소수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들의 상황은 매우 나빠요. 사람들은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 이는 정부가 이들 소수파들에 대해 다수파인 수니파 무슬림들보다 더 가혹한 처우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심지어 저항을 하겠다고 결정하기도 전에 그들과 가족, 아이들을 위협합니다.
물론 알라위파 중에도 정권 지지자들이 있죠. 다른 모든 종파들에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정권이 알라위파이기 때문에 정권의 모든 잘못이 알라위 공동체 전체를 비난받게 하고 있습니다."
- 알라위 중 많은 수는 봉기 사태 가운데서의 안전과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경우의 자신들의 입지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국영 언론이나 때때로 반정부 인사들을 통해서도 알라위파가 다수인 홈스 일부 지역에서 무장 그룹에 의한 살인과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라위파가 봉기의 앞날에 대해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요. 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기 때문에 솔직히 답하고 싶네요. 홈스에서 일어난 일은, 정권이 200명의 보안군 그룹을 조직해 소수파 거주 지역에서 사람들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다른 구역에 던져 놓은 겁니다. 종파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서죠. 우리는 이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고 많은 성명서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 범죄자들이 그들 사이에 섞여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소수파들을 속여 왔습니다.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스스로 '소수자들의 보호자'라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었는데 1980년대 하페즈가 보낸 군대는 무슬림형제단 전사들을 빌미로 시리아 남부 하마를 휩쓸었었죠. (☞관련기사 '시리아의 광주 하마' 바로보기) 하페즈는 집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면서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 국가'를 세웠을 거라고 소수파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었습니다."
- 최근 알아사드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리아 사태는 범(汎)아랍주의 대 이슬람주의 싸움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슬람주의자들이 시리아의 통치자가 되는 사태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만약 시리아 국민들이 이슬람주의자들의 통치를 원한다고 민주적으로 선출한다면 그게 그들의 선택이겠죠. 나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해서 두렵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시리아의 거리에 있다면 이곳의 이슬람교는 절대 엄격하거나 극단적이지 않음을 알게 될 겁니다. 국영 언론만이 시리아 이슬람교도들의 이미지를 왜곡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 최근의 시리아의 내전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에 동의하나요? 시리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권이야 자신들의 생존을 정당화하고 시리아 국민들을 억압하고 살해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쓰려 하겠죠.
▲파드와 솔리만 ⓒ<알자지라> 방송 홈페이지 화면캡쳐 |
시리아의 내전을 피하고 싶다면 국제 사회는 정권에 대해 진지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제 사회의 어떤 성명서도 실행되는 건 보지 못했죠. 나는 시위에 참여했던 25세 남성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봤습니다. 정권이 국제사회의 진지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살인을 계속하는 거에요.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국익 따위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심에서 비롯된, 강력하고 진지한 결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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