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1주기 주민 화합행사'에 희망근로 노인들이 동원되고 일부 경품 놀이 행사까지 진행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은 23일 오전 10시 연평도 평화추모공원에서 추모ㆍ화합 행사를 열었다. 포격 당시 순국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의 흉상 제막식과 민간인 희생자의 추모비 제막식을 갖고 걷기 및 안보결의대회가 이어졌다.
문제는 오전 11시부터 연평도 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 주민 화합 행사인 '걷기 및 안보결의대회'.
이 행사에는 해병대 장병 130여명과 연평 초ㆍ중ㆍ고생 140여명 등 총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 주민은 100명이 채 안됐다. 대부분 60살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주 3일씩 해오던 희망근로를 대신해 이날 행사에 참석하고 옹진군으로부터 일당을 받기로 돼 있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 이모(57ㆍ여)씨는 "이곳에 온 노인 대부분이 저소득층 희망근로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정부에서 다친 사람들에게 보상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돈 때문에 왔지만 속으로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장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주민 김모(84ㆍ여)씨도 "오전 8시30분께 운동장에 나와 장부에 이름을 적고 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까지 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렸다"며 "오늘은 일하지 않고 행사에 참석만 하면 일당 3만5천원을 준다고 해 나왔다"고 말했다.
행사 중간에 '박 터뜨리기'와 경품을 건 '낚시 대회'가 진행됐다.
학생과 노인들은 영하에 가까운 추위 속에서 장갑과 마스크로 온몸을 감싼 채 콩 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렸다.
연평도 걷기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낚시대회에 참가한 노인 70여명은 줄을 서 준비된 낚싯대로 경품을 하나씩 낚아 집으로 가져갔다.
옹진군체육회는 400여 만원을 들여 냄비, 전기장판, 생활용품 등 경품을 준비했다.
일부 참가자는 "희생자 추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포격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연평도 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라며 "어르신들이 포격 이후 마음의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위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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