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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전략적 유연성 2단계 합의'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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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전략적 유연성 2단계 합의' 공개하라

[미래연 주간논평] '위키리크스'로 드러난 중요한 사실

올해 여름 위키리크스에서 주한미대사관이 워싱턴으로 보낸 외교 전문이 공개되던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미국 부루킹스연구소에 3년 가까이 초빙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특파원이었다. 2009년 12월 3일 외교부 장호진 북미국장과 미 국무부 조 도노반 수석부차관보 면담 내용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이상하다는 거다. 그래서 문제의 외교전문(SEOUL 0010907-PDAS Donovan's December 2 Meeting with MOFAT DG for North American Affairs)을 살펴보았다. 장호진 국장의 발언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번)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의 제2차 보다 포괄적 단계(comprehensive phase)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을 한국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게 까다로운 문제이다. 동맹이 진화해 가고 있으며, 더욱 포괄적으로 되어가고 있음을 잘 보여줄 아이디어를 함께 짜내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위라는 전통적인 범위를 뛰어넘는 협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게 좋은 침로이다. (…) 비록 [2+2]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가 그 개념을 논의할 적절한 장인지는 확신이 들진 않지만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동맹의 진화 과정에서 '제2단계'로 꼽힐 수 있다."

여기까지 읽어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 다음 문장을 읽어봐야만 장호진 국장이 말하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제2단계' 의미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서 민감한 주제이다. 야당이 그 이슈를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유연성과 용산기지 이전 논의를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미 육군기지(미 2사단)를 이전하는 데 드는 한국 측의 재정 지원은 여하튼 한반도에서 미군의 임무를 (재정적으로) 보조(subsidize)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아직 이 개념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관리들 역시도 미국의 제안(the U.S. Proposal)을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문장을 보면 미국 측에서 새로운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제시하면서 미 2사단 이전 비용도 한국이 대야 한다는 제안을 했고, 이명박 정부는 이 제안을 '전략적 유연성 제2단계'로 기록될 것이라며, 동맹이 더욱 더 포괄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징표가 된다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교관들이 이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상황, 중요한 의미의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장호진 국장은 야당이 이 사실을 알면 정치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자도 가급적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10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명박 씨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재관여가 중요하다"고 발언했음 보도했다. 장호진 국장의 발언과 이명박 씨의 발언을 합치면 더욱 더 심각해진다.

▲ 지난 8월 에드워드 카든 신임 주한미군 2사단장 취임식 장면 ⓒ연합뉴스

참여정부 시절 부시 행정부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처음 논의할 때 개념은 매우 단순했다. 해외주둔 미군의 규모는 제한되어 있고, 세계 각국의 안보는 늘 불안하기 때문에 필요시 필요한 지역이나 전장으로 해외주둔 미군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는 일종의 운용 방침에 국한되어 있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제3의 장소로 빠져나가면 그 부대는 더 이상 주한미군이 아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 즉, 한반도에서 북한 억제가 아닌 동북아 지역을 임무 대상 지역으로 간주하는 데에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반기문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이렇게 합의했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한다. 2.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행에 옮김에 있어 한국이 원치 않는 동북아 지역 분쟁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이렇게 합의한 이유는 주한미군이 자칫 동북아에서 군사적 충돌에 동원되고, 한국이 결과적으로 그 지역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원치 않는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었다.

장호진 국장이 염려했듯이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동맹 또는 전략적 유연성 제2단계"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필자는 주한미군이 어떻게든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억측이나 정치적 공방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명박 청와대와 김성환 외교부에 설명을 요구한다.

첫째, 국방부는 물론 외교부 관리들도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제안"(the U.S. Proposal)은 무엇이며, "제2단계"의 의미는 무엇인가?,

둘째, 미2사단 기지이전 비용은 어떤 맥락에서 한국이 "보조"(subsidize)하는 것인지 설명하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자국의 세금이 얼마나 많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는 소박한 뜻에 국한된 건 아니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명박 씨의 "중국 견제" 운운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설명해서 제대로 정리하고 끊어달라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급변사태와 북한의 내정 불안이 내전으로 비화되어 한미 양측 특수부대가 들어가 안정화 적전을 펼치는 문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간논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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