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유사한 상황이 한국에서 약 2주 전에 발생했다. 연구실에서 컴퓨터로 연구작업을 하던 중 전력공급이 갑자기 중지됐다. 약 5분 후 교내방송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해 한국전력에서 순환정전을 실시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본능적으로 지금까지 작업하던 논문파일이 혹시 손상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다가왔으나 미국 정전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장시간 동안의 정전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은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의 정전사태는 약 2~3시간 정도 진행되었으나 이후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약 215만 가구에 순환정전이 실시됐으며 산업체, 병원 등 모든 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순환정전사태에까지 이른 원인은 무엇인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정전 사태로 촛불을 밝힌 한 수퍼마켓. ⓒ연합뉴스 |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는 산업계가 약 52%, 가정이 약 30% 그리고 상업 및 서비스가 약 18%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산업계의 전력소비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일본 및 서유럽국가에서 산업계의 전력소비는 전체의 약 30%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지나치게 전력과소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력사용비용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산업계 전력사용비용은 일본과 서유럽의 1/3에 불과하다.
가정이 사용하는 전력사용비용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약 1/2이지만 전력비용이 누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구당 100킬로와트 이상을 사용할 때는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및 가처분소득을 기초로 계산할 때 선진국 대비 거의 비슷한 가격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전력소비구조로 분석해보면 가정에서 아무리 전력사용을 절약한다고 하더라도 산업계의 협조가 없으면 전력수요와 공급을 합리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1인당 전력소비도 일정부분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상승하는 전력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용량을 늘리는 공급 위주의 접근방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문제로 한계에 이르렀다.
전력부문의 공급자 위주의 정책방식에서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전력최소 소비형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가정의 전력소비 합리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요자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동시에 전력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력요금의 현실화도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에너지관련 공기업부채를 감소시킬 수 있다.
* 원제 : 순환정전사태와 한국의 미래 (☞미래연 주간논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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