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사장은 29일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참여정부 당시 결정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책임도 있다"며 "그 점에 대해 (도민과 강정 주민들에게) 송구스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해군기지)방향이 정해지고 난 이후에도 추진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차근차근 절차가 밟아지고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여전히 과거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되풀이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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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강정마을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참여정부 때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시민사회수석실에서는 반대 의견이었고, 국방부 등 안보 부처에서는 안보상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결정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안 방폐장 논란 때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게 필수적이라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그러나 강정마을의 경우에는 지금 와서 보니까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강정마을 주민들도 대다수가 동의했다는 제주도 측의 보고가 있었고, 그 보고를 보고 (건설을) 결정했다"면서도 "그런데 그 동의에 참여한 주민들 수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보다 다수의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후에 드러났다. 그렇다면 그때부터라도 다시 주민들과 제대로 대화·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2007년 4월 26일 강정주민 유권자 1200여 명 중 단 87명만이 참석해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통과시켰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문 이사장은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고 주민 동의가 있을 경우 제주 해군기지 추진에 동의하나?'란 질문에 "참여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해군기지가 아마도 어디엔가는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제주도에 건설돼야 한다는 데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국제적인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큰 방향이었는데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제주도만큼은 최대한 경관 훼손을 막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해군기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주도에 필요한 것인지, 또한 강정마을이어야 하는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뒤늦게라도 유감을 표명하고 반성한 부분에 대해 환영하고 평가할 만하다"라면서도 "그동안 많은 요구가 있었는데 진작에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정 대표는 "보수언론들이 '강정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데 문 이사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에 관여했던 분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발언"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주민 동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건 사실인데 강정 주민들의 '동의'가 소수의 동의였다는 걸 뒤늦게라도 바로잡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그러나 지금 상황이 너무 악화됐기 때문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며 "내년 선거 공약으로 반드시 제주 해군기지 철회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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