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국 방문을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현지 한국 기업들에 '보복'을 가한 것으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 알려졌다.
투르크멘 수도 아슈가바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작년 1월 7일 작성한 전문을 통해 현지 주재 한국 대사관의 이러한 진단을 본국에 보고했다.
미국 측이 접촉한 한국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멘 대통령은 2008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곧바로 이 대통령에게 자국 답방을 초청했고,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에 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투르크멘 측이 방문 기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협력 합의를 제외하고 상업적 계약에 서명할 의향이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초청을 거절했고, 이에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심히 불쾌"해 했다.
전문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직결돼 있으며, 그 결과 일부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현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국 대사관 관계자가 밝힌 것으로 기록했다.
한국 측의 시각에 따르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국가 정상 간 방문을 상업적 거래를 위한 최고의 장으로 여기고 자신을 만나지 않은 나라의 기업들을 `처벌'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엠코는 현지의 선박 건조·수리 사업에 입찰해 선정됐으나 투르크멘 정부가 실제 계약을 미루자 철수했으며, 이 사업은 결국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좋게 보는 목록에 속하는" 국가의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 외교관이 분석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수주를 기대하는 투르크멘바시 항구 현대화 사업의 경우 일본도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참여 의향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만약 이 사업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이 대통령의 투르크멘 방문 취소로 인해 한국이 약 10억달러(약 1조1천450억원)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한국 관계자는 우려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극히 적은 성공만을 거두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변덕에 점차 좌절하고 있다고 전문은 소개했다.
결국 투르크멘에서는 대통령의 호의를 얻는 것이 현지 사업 성공의 열쇠로, 그가 상대 국가로부터 존중을 받는다고 느낄수록 상업적 계약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커지며 그렇지 못하면 사업 수주를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미 대사관 전문은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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