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과 달리, 6~9개월 사이에 원자로 냉각과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겠다는 일정은 바뀌지 않고, 한 달 만에 냉각 방법만 바뀐 것이어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동시 다발 멜트다운' 가능성을 지적한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냉각 작업을 벌이다가 뒤늦게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등 노심을 둘러싼 구조물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알았다는 도쿄전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동시다발 멜트다운' 사태에서도 도쿄전력에 수습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전력의 '새로운 로드맵'도 실현가능성에 의문만 더하고 있다. ⓒAP=연합 |
도쿄전력은 1호기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구멍이 난 것을 인정한 뒤 격납용기에 물을 가득채워 원자로를 냉각한다는 '세계 최초의 수관(水棺) 작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투입된 방사성 오염수를 순환시켜 냉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일명 '순환주수(循環注水)'에 의한 냉각 방식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존의 로드맵보다 이번 개정판 로드맵이 '실현가능성에 더욱 의문이 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제1원전에 9만t에 이르는 방사성 오염수와 수관 작업으로 1호기에 투입된 1만t 중 절반이 고농도 오염수로 변하는 등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됐고, 원자로 건물 내부에 치명적인 방사선량이 뿜여져 나오고 있다"면서 "로드맵 이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냉각수 순환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인력 투입이 필수적인데, 치명적인 방사능이 뿜여져 나오는 조건에서 누가 이 작업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랑스 아레바가 지난달 제안해도 엄두 못내던 방법
사실 '순환주수' 방안은 세계 최고의 원전 사고 수습 대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가 이미 지난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제시한 방법이다. 이 방법을 그동안 쓰지 못한 것도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는 문제처럼 냉각수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고바야시 게이지(小林圭二) 등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도 "새로운 로드맵은 '그림의 떡'으로,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멜트다운에 이른 원전 사고와 그렇지 않은 원전 사고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면서 로드맵의 일정 자체를 고수하는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도쿄전력 뒤에 숨은 일본 정부, 사실상 '포기'?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조차 간 나오토 내각의 일처리 방식에 비판을 쏟아지고 있다. 18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새로운 로드맵 발표 주체가 일본 정부가 아니라 도쿄전력이라는 점을 들어 "원전 사고 대응을 도쿄전력에 떠넘김으로써 정부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한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가 "원전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비율은 전달 실시한 같은 조사에 비해 12% 포인트 높아진 것"이라면서 "간 나오토 내각의 서투른 대응으로 정권 기반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을 앞세우고 뒤에 숨으려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사실상 통제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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