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발표한 심야 성명에서,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교전하던 중 사살됐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빈 라덴의 시신을 확보했으며, 작전 과정에서 미군이나 민간인의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보 당국이 작년 8월 빈 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에 관한 믿을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를 추적해왔으며, 지난주에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단행할 충분한 정보가 확보됐다고 판단해 작전 개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빈 라덴은 지난 20년 이상 알카에다의 지도자이자 상징이었다"며 "그를 사살한 것은 알카에다를 소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라고 말했다.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죽음으로 (알카에다 소탕이라는) 우리의 노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빈 라덴의 사살은 이슬람권을 향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9.11 테러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아울러 그는 빈 라덴의 사망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알카에다가 미국을 향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오사마 빈 라덴 ⓒ로이터=뉴시스 |
또 다시 의심받는 동맹국 '파키스탄'
미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발표 이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1일 아침 작전 개시와 함께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를 목표로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격이 감행됐고, 헬기로 미군 특수요원들이 투입돼 지상에서 약 40분간 작전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작전에 투입된 4대의 헬기 중 1대가 지상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작전 과정에서 빈 라덴의 아들을 포함해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숨졌으며 미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의 비호 아래 있는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빈 라덴은 그간 아프간-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빈 라덴은 체포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차례 방송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산악 지대에 은신해 있던 빈 라덴은 2001년 전쟁이 시작되자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다. 그후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미 정보 당국은 그를 추적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 라덴 제거 작전에 파키스탄 정부의 협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빈 라덴이 파키스탄 영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볼 때, 파키스탄이 미국에 얼마나 협력할 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그간 빈 라덴이 자국 내에 있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또 신문은 파키스탄의 정보 당국이 빈 라덴의 행방을 정말 몰랐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가 산악 지대가 아니라 이슬라마바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도시에 있었다는 것으로 볼 때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아보타바드에는 파키스탄의 대규모 군 기지가 있고, 육군사관학교와 대형 병원 등도 자리하고 있다.
빈 라덴은 알카에다 소탕과 관련해 미국과 파키스탄의 견해차가 극명해 양국간 관계가 최악이던 상황에서 살해됐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지난 달 파키스탄 군이 북와지리스탄 지역 내 피난처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루는데 실패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 전세계 공관에 테러 경계령
<뉴욕타임스>는 빈 라덴의 죽음이 그의 추종자들을 자극할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힘을 불어넣어줄지 관심이라고 논평했다. 신문은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이 보도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 주변에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성조기를 흔들면서 '미국! 미국!'을 연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9.11 당시 펜실베이니아에서 추락한 비행기 사고 유가족회의 고든 펠트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빈 라덴의 사망이 우리의 슬픔을 달래주거나 희생된 우리 가족들을 살려 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더이상 악(惡)이 퍼져나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뉴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빈 라덴의 사망으로 전세계의 미국 공관이 테러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경계령을 발동하고 해외를 여행하는 미국인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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