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이 어떤 국가에 투자를 해서, 사업 외적인 이유로 투자 자산을 동결당하고, 독점권을 취소당하는 일이 발생해도, 정부는 그렇게 하는가? 무슨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항의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현대가 토지 및 사업권 확보를 위해 투자한 4억 8669만 달러, 시설투자에 들어간 2268억 7900만원은 어떻게 되는가?
리비아로 쫒아가던 열정, 금강산에서 볼 수 없을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는 이상, 투자액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없다. 너무 많은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협상의 성과가 될 부분까지도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다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정부의 의지도 없다. 여전히 금강산 관광을 퍼주기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경제적 시각은 없다.
당연히 투자의 개념도 없다. 지난해 리비아와 외교 분쟁이 있었을 때, 이상득 의원이 직접 리비아로 건너가 카다피를 만나 해결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유엔의 리비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다. 왜? 리비아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리비아에서 참극이 발생하자 세계 각국에서 '카다피 커넥션'에 연관된 대학과 사회단체들이 도덕적 비난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다. 도덕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겠다. 다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재자 카다피를 감싸는 정부가 왜 유독 북한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이토록 홀대하는가?
작년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 사업이 중단되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대북 위탁가공 사업을 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졸지에 부도가 나고, 급히 생산 거점을 옮기느라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금강산 사업에 투자한 기업은 현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 협력 업체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실보조 조항을 비롯해 이른바 경제 외적인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정부가 해야 할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통일비용 홍보에 쓸 돈은 넘쳐나도, 거리에 나앉은 중소기업을 지원할 돈은 야박할 정도다.
경제협력을 재개하라고, 적게 투자해서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그래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한에 '빡빡하게 구는' 최소한의 의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투자한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 현대아산이 갖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하겠다고 지난 8일 북한의 일방적인 발표가 있었던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 회의실 앞을 한 직원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
경공업 원자재 판매 대금은 왜 포기했나?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퍼주기를 비판하는 정부가 현재 북한에 왕창 퍼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 상징적 사례만 들겠다. 첫째는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 판 매 대금을 포기한 경우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에 의복,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 8000만 달러를 유상으로 판매했다. 무상지원이 아니다. 대금은 아연, 마그네사이트, 인회석, 석탄 등 지하자원을 받기로 했다.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퍼주기의 대표 사례로 비판한다. 그것은 과도한 이념의 안경을 쓴 사람들의 착시일 뿐이다. 당시 합의사항은 1차 년도에 우선적으로 대금의 3%에 해당되는 금액, 즉 240만 달러를 광물로 상환하고, 나머지는 5년 거치 후 10년간 원리금을 균등 분할해 지하자원 생산권, 개발권, 처분권 등으로 받기로 했다.
1차분 상환 광물인 아연괴 498톤은 2007년 12월 14일 인천항에 도착해 국내 업체에 매각처분 되었다. 그리고 2차분 상환 광물인 아연괴 약 500톤이 2008년 1월 4일에 도착해 똑같은 절차로 매각되어 국고에 납입되었다. 당시 통일부는 "남북간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북차관 제공 후 사상 최초로 북측으로부터 상환 받은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 판매한 8000만 달러의 대금을 상환 받을 의지가 있는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고려해 함경남도 단천 지역의 검덕 아연광산, 룡양 및 대흥 마그네사이트 광산을 직접 현지 실사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모든 협력이 중단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판매 대금을 받았고, 이명박 정부는 대금 받는 것을 포기했다. 그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무엇인가? 북한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비교우위인 광물자원이 몽땅 중국으로 넘어갔다. 2010년 북한의 대중국 수출 품목에서 석탄, 철광석, 아연 등 광물 분야가 72%를 차지한다. 중국의 대북한 투자액 중에서 거의 70%가 자원 개발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이전 정부가 확보한 북한의 지하자원 채굴 권리를 포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항의를 잘 하지만 실속이 없다. 겉으로는 강경정책을 구사하지만, 북한에 대해서 인심이 후하다. 이전 정부가 판 물건의 대금을 아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식량차관 대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두 번째는 인도적 지원과 관련이 있다. 조만간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 기구들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조차도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검토할 시기'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이다.
이상 기온으로 북한의 봄 작물 수확이 감소했고,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상업적 수입이 줄어들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래서 인도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올해 2011년부터 대북 식량차관 상환 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2000년 9월 합의한 '남북식량차관 제공 합의서'에 따르면, 태국산 쌀 30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의 10년 거치 기간은 2011년 6월 만료되고 그 시점부터 20년 분할 상환이 시작된다. 원금과 이자 1%를 포함하는 583만 달러, 약 65억 원을 북한에게 받아내야 한다. 앞으로 해가 지날수록 받아야 할 액수는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가 퍼주기에 급급해 상환 방법을 합의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은 합리적이지 않다. 상식적으로 거치기간이 끝나가고, 상환 시기를 맞이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상적인 남북관계라면, 당연히 2008년부터 구체적인 상환방식을 둘러싸고 협상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금강산 사업처럼, 비난 한 번하고 부실채권으로 넘길 것인가? 그러면 그만인가? 자기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해결하는 것이 옳다. 빚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대책 없이 세월만 보내다. 몽땅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언제까지 대책 없는 무능을 반복할 것인가?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의 정책이다. 그저 북한 하자는 데로 따라하는 것이 정책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말로만 비난하고, 손 놓고 있다. 북한이 도발해도 사과해라 말만하지, 다른 대책이 없다.
남북경제협력 분야는 더욱 심하다. 빚 받아야 할 사람이 욕 한 번 하고 그냥 간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정부 차원의 차관은 바로 국민의 세금 아닌가? 이전 정부도 받아 냈는데, 북한에 빡빡한 현 정부는 왜 포기하는가?
남북관계에서 대화와 협상을 부정하는 정책으로 어떤 현안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능력이다.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생뚱맞은 이념 전사가 되는 것이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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