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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난의 초강행군', 수백만명 굶어죽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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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난의 초강행군', 수백만명 굶어죽을 수도"

"인도적 지원 전면허용해야…지금 재개된 것은 미봉책에 불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하여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불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성직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2011년의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심각해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라고 부를 정도"라며 "이대로 가면 북한 주민들 중 또다시 수백만 명이 아사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만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식량난의) 근본 요인은 물론 계속된 자연재해와 북한 농업정책의 실패로 시작된 것이지만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지난 3년 간 북한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이유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이는) 인류의 양심상 당연한 의무"라고 식량 지원의 인도주의적 동기를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는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며,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며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민간단체들의 지원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 '생명과 평화를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호소'에서는 천주교 김흥진 신부, 천도교 박남수 선도사, 불교 법현 스님, 개신교 인명진 목사가 5대 종단 658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공동 낭독했다.

▲ 김홍진 신부, 박남수 선도사, 법현 스님, 인명진 목사(왼쪽부터)가 성명서를 공동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북한 식량 가격, 화폐개혁 전보다 100배 올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식량실태를 보고한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4월 10일경 평양 기준으로 쌀 1kg의 가격은 2000원(북한 원), 옥수수는 1100원 정도"라며, 북한이 지난해 구화폐와 신화폐를 100:1로 교환하는 내용의 화폐개혁을 한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11월 1800~2000원 하던 것에 비해 100배를 훨씬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2010년 봄의 냉해와 여름의 서남부 지방 곡창지대에 발생한 큰 홍수로 식량생산량이 급감했다"며, 보통 북한에서는 추수가 끝나는 10월 말에 곡물 가격이 가장 낮지만 지난해에는 추수 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군량미 부족으로 주민들에게 식량을 징수했을 때는 3000원 가까이 올라간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에서 시장이 부분적으로 도입되고는 있지만, 이같은 식량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월급이 나오지도 않지만, 나온다 해도 시장에서 (쌀을) 구한다면 1~1.5kg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다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들이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쳐 외면한다고 하면 도덕적 양심에 어긋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대선 원불교 교무도 최근 북한을 방문한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의 "지난날도 비참했지만 지금은 통곡밖에 안 나온다"는 증언을 소개했다. 그는 김 총장이 전달을 부탁받은 옥수수 3000톤을 가지고 함경도 모 지방을 방문했던 경험을 말하며 '벌써 (주민들) 대부분이 다 죽었다. 기가 막힌다'고 개탄했다고 전했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등 유엔 산하 3개 단체도 북한의 식량 사정을 현지조사한 끝에 주민 600만 명 이상에게 43만 톤의 긴급한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태라며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매해 발표해 오던 북한 식량 실태 발표를 미루고 있다. 지난 2008~09년에는 매해 2월에 북한의 전년 곡물 생산량과 해당 연도 식량 부족분을 추산해 발표했으나 올해는 4월 중반까지 추계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는 국제기구의 조사 결과와는 상충되는 정부의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북한이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긴 하지만 대규모 지원을 해야 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지난해 작황은 재작년(411만t)보다 못하지 않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현 장관은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은 재고량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비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식량사정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대북 지원 여론에 대비한 의도적 대응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에서는 아예 올해 식량실태 추계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11일 한 정부 당국자가 "현재 추계치를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추계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재개한 인도적 지원, '미봉책'에 불과

법륜 스님은 "한국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에 대한) 전면적 허용, 나아가서는 한국정부의 적극적 지원만이 북한 주민들의 아사를 막을 수 있다"며 "비록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사 위기는 막아야 되지 않느냐"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영유아와 노인 등 이른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도 장관도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재개된 지원은 아주 소량"이라고 말했다.

대북 인도지원 단체 'JTS'를 예로 들면, 이번에 50개 컨테이너 분량의 지원 물자에 대한 반출 승인을 신청했지만 이 중 1개만 승인이 났다며 이를 지원 대상인 53개 고아원으로 나누면 각각 200kg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진에서 남포까지 차를 몰고 와서 겨우 200kg을 가져가려 하겠느냐. 그냥 (항구에) 쌓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미봉적인 방식으로는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취약 계층 문제는 풀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건국 이래 북한으로 보내는 인도적 지원 물자를 이렇게 많이 쌓아놓은 일은 역사에 없었다"며 "무슨 나라가 이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왜 인천항에 쌓아놓고 안 보내나"라고 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법륜 "분배 투명성 확보하려면 방북 허용해야"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대북 식량지원의 '분배 투명성' 논란에 대해 "모니터링(분배 감시) 요원의 방북을 허용해 줘야 정부가 주장하는 투명한 모니터링이 성립되는 것 아니냐"며 "인도지원은 허용하면서 방북은 허용하지 않을 때 모니터링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정부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의 방북 승인이 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각 대북지원 단체가 미국‧중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모니터링 요원들을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배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분배를 감시할 인원의 방북을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륜 이사장은 "유엔에서 지원하는 것은 WFP가, 미국의 지원은 미국 5개 비정부단체(NGO)가 모니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하는 것은 모니터링 객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러나 통일부에서 지원 결과를 보고 다음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민간단체 지원의 분배 투명성은 통일부에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모니터링 위해서라도 '차관' 아닌 '무상지원' 해야"

법륜 이사장은 분배 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지원을 '차관' 형태가 아닌 무상지원 형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지원한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문제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책임이 있다"며 "(모니터링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은) 무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차관 제공 형식으로 했기 때문에, 유엔에서 무상 지원한 것과 똑같이 모니터링 할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이 요구도 차관이 아닌 무상지원이라며 "그게 진짜 인도적 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모니터링은 강화하라. 정부에서 (그런 조건을) 북한과 협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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