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오는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11일 발표했다. 9개월 만에 방한하는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국무부는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서울 방문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변화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과 북한의 적극성이 눈에 띈다. 7일부터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11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단계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다웨이 대표는 첫 번째 단계는 남북한 수석대표간 회담이 될 것이며, 두 번째 단계에는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향후 중국은 북한과의 협의 내용을 6자회담 참가국에 설명하면서 회담 재개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직접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이 지난달 말 독일 남부에서 미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과 만나 양국의 핵심 현안을 토론한 후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경제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했고, 내달에는 태권도대표단도 보낼 예정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또 한 차례 평양을 방문한다.
이처럼 북미 양국의 접촉면이 늘어나면서 변화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비공개석상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해 "1∼2개월 내에 좋은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미국 진의 파악 시도
클린턴 장관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및 6자회담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략적 인내'라는 자신들의 대북정책에 답답증을 드러내며 '참신한 정책'을 요구했던 클린턴 장관이 최근 이뤄진 북미 비공식 대화를 어떻게 소화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은 클린턴 장관의 방한에 앞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오바마 미 행정부의 진의 파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위 본부장은 12~14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12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김 6자회담 특사(13일),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14일)을 차례로 면담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성성'과 비핵화 선행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본부장의 방미와 클린턴 장관의 방한 과정에서 한국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에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미국의 대북 행보와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에 속도조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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