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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佛 코트디부아르 공격, 리비아 이어 '섣부른' 군사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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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佛 코트디부아르 공격, 리비아 이어 '섣부른' 군사 개입

"유엔이 지지하는 세력도 민간인 학살·강간'

현직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시작된 코트디부아르 내전에서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 측과 알라산 와타라 당선자 측 모두가 군대를 동원한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군(그바그보 측)이 민간인(와타라 측)을 학살했다'는 유엔의 '인도주의적 개입' 명분에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10일(현지시간) 와타라 측 군대가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마을을 불태웠으며 반대편 지지자들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주민들은 와타라군이 그바그보 지지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즉결 처형했으며 그들의 가정에서 강간하기까지 했다고 HRW와의 인터뷰에서 증언했다.

현지 주민인 필로메네 호우에(39, 여) 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와타라군 부대가 젊은 남성과 아이들을 찾아내 총으로 살해했고 이웃의 6개월된 아기마저도 쏴 버렸다며, 30일경부터는 이들이 실탄이 떨어져서인지 흉기를 꺼내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내전에 참가한 와타라 측 용병들이 코트디부아르에서 민간인을 살해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했으며 마을을 파괴하는 등의 잔혹행위를 저질렀음을 고백했다고 11일 전했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출신이며 1500달러의 보수를 약속받고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바그보 부대도 와타라 지지자들을 공격했다고 피난민들은 증언했다. 지난달 28일 그바그보 측 부대는 블로레킨과 기글로 등지에서 최소 110명 이상을 학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HRW는 양측 군대가 민간인들에게 수많은 잔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100만 명의 코트디부아르 국민이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것은 이같은 양측의 폭력행위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고서에는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 뿐 아니라 인종적·종교적 요인이 중층적으로 작용했음을 짐작케 하는 증언도 실렸다. 주민들은 HRW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이 기독교인들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바그보는 남부 가톨릭 세력을, 이슬람교도인 와타라는 북부 이슬람 세력을 대변해 오고 있다.

▲ 9일(현지시각)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 아비장 외곽에서 와타라군 소속 군인이 그바그보 지지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심문을 위해 옷을 모두 벗고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제출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도마에?

현지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OCI)의 하마둔 투레 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바그보가 선거에 패배하고도 불복한 것이 폭력사태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그바그보군이 박격포, 로켓탄 등 중화기를 이용해 UNOCI 본부 뿐 아니라 민간인에 대해서도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오후에는 경제수도 아비장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저가 그바그보군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는 유엔과 프랑스가 그간 와타라 당선자 편에 서서 코트디부아르 사태에 개입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와타라를 민주적·합법적인 당선자로 인정했으며, 프랑스군과 UNOCI는 지난 4일 그바그보가 은신해 있는 대통령 관저와 군부대 등에 헬리콥터를 동원한 미사일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이는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이 학살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교전 중단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헬리콥터로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것은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와타라군 역시 민간인을 학살했을 뿐더러 마을을 불태우고 반대측 지지자들을 강간하는 등의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HRW에 의해 제기됨에 따라 유엔과 프랑스의 행동이 과연 정당했는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코트디부아르 사태를 '정부군 대 민간인'의 구도로 보고 '민간인 보호 책임'(R2P)을 내세우며 개입했지만 사실상 '두 군벌 간의 대결'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지난해 대선에서 두 후보가 모두 승리 선언을 하며 정치적 파국을 초래한 데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선관위는 와타라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곧이어 헌법위원회는 이를 무효라며 그바그보가 재선됐다고 발표했다. 두 후보는 각각 취임식을 하고 내각을 구성했으며 이는 결국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와타라군은 지난달 말경 코트디부아르 전역을 장악하고 대통령궁이 위치한 아비장까지 진격했다. 한때 그바그보가 항복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그는 대선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7일 전해졌다. 현재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바그보는 대통령궁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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