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 대표단이 30일 오전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WFP 테리 도요타 정부관계국장(대외협력·공여국장) 등 대표단 7명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통일부 서호 교류협력국장과 외교통상부 박은하 개발협력국장, 김홍균 평화외교기획단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대표단은 면담에서 북한 식량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영유아,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 610만 명을 위한 식량 43만4000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WFP가 북한 현지 조사를 끝내고 지난 24일 공개한 내용과 같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은 분배투명성과 함께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는 그러나 "이번 면담에서 WFP 측이 우리 정부에 공식적인 식량 지원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제 구호단체들은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공동호소문을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처(SDC), 아일랜드 '컨선 월드와이드' 등은 호소문에서 취약 계층 수백만명이 칼끝에 선 듯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식량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
이들은 좋지 않은 날씨와 가축 질병으로 식량 생산이 타격을 받았고 국제 곡물·유가 상승으로 수입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지금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만성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춘궁기를 견디도록 돕는 것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SDC의 카타리나 젤위거 국장은 "북한에 대한 기증자 피로현상을 우려한다"며 "북한 문제는 너무 많은 부분이 정치적인 이슈로 귀결되면서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원칙들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럽의 엔지오(비정부기구)들은 식량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97년부터 북한에서 농업 지원 활동을 펼치는 '저먼 애그로 액션'(German Agro Action)의 게르하르트 우마허 북한 사업담당관은 "저먼 애그로 액션이 주로 활동하는 평안도와 함남 함흥 외곽지역에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만큼 심각한 식량난이 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마허 담당관은 "식량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식량을 요청한 것은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엔 보고서 내용에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겨울 작물보다 (수확시기가 6∼8월인) 감자와 옥수수가 주요 식량이어서 식량난이 정말 심각하다면 지원 요청은 (북한이 조사를 요청한 겨울보다) 이전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수백만 유로를 들여 값비싼 식량을 지원하는 것보다 토지의 효율적 이용방법이나 농업개혁 등 자립을 돕는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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