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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대한민국, '천안함 P세대' 보기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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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대한민국, '천안함 P세대' 보기 부끄럽다

[한반도 브리핑] 한반도 평화와 우리 내부의 평화

천안함 침몰 1주기를 보냈다. 나라를 지키다 비명에 산화한 46명의 장병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온 국민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젊은이들의 순국을 안타까워하고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다지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천안함 1주기의 대한민국 사회는 무언가 절반이 비어버린 반쪽만의 일방적 행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잊지 말자 천안함' 분위기와 안보담론 극대화, 특정진영에 대한 마녀사냥만으로 1주기가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함은 당연하다. 어려서부터 입이 닳게 불렀던 6.25 노래의 첫 가사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이었다. 마치 이를 연상하듯 천안함 1주기는 '되새기기'로 일관했다.

그러나 '잊지말자 천안함'은 분노와 적개심만을 확인하고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천안함 1주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군가의 도발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적개심만이 아니라 이 땅에 죄 없는 46명의 젊은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바다에 수장되어야 하는 서해 바다의 군사적 긴장과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이어야 한다.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고 그들을 적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또 있을지도 모를 서해 바다의 긴장과 남북대결의 불안, 그리고 한반도 정전체제의 구조적 불안정성 문제를 온전하게 해소하지 않고는 천안함의 비극이 해결될 수 없다. 침몰의 비극을 잊지 않는 것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절실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천안함 1주기에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까지 경험한 우리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남북관계가 강경과 대결을 지속하고 있는 지금 국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대비해 우리 군은 충분한 사전적 억지력과 단호한 사후적 응징 의지를 가져야 한다.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군의 안보 태세를 점검하고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군사적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그래서 정당하다. 그러나 이 역시 안보담론의 극대화로만 그친다면 천안함 1주기의 교훈은 절반밖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의 단호한 대응과 응징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고 북이 도발을 강행할 정치적 동기와 전략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면 군사적 차원의 안보 프레임만으로 이를 억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억지와 응징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북으로 하여금 무리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는 전략적 환경과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

▲ 27일 오전 백령도 연하리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에서 한 유족들이 46용사의 동판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천안함 1주기는 또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진영과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억압으로 일관되었다. 3월 26일 발생한 사건의 조사결과를 5월 20일 발표하면서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더 많은 해명을 요구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자료에 대해 더 상세한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국민들에 대해 그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의무와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지 결코 시민사회의 몫이 아니다.

더 성실하게 더 열심히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믿지 않는 국민들을 마치 반국가적인 이적행위자로 몰아가는 것은 21세기 매카시즘에 다름 아니다. 어느 신문은 천안함 1주기 특집 기사를 아예 의혹 제기 인사들의 면면으로 연재해 실으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위험인사인 냥 몰아갔다. 또 다른 어느 신문은 천안함 발표에 대한 이의 제기를 마치 과학을 믿지 않는 미신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정부가 정녕 자신이 있고 확실한 입장이라면 지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을 포함해 가칭 '천안함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모든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이들을 설득해내면 될 것이다. 1987년 KAL 858기 사건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와 유족들의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노무현 정부는 민간인들 중심으로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국정원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조사하도록 허용했다. 결국 대한항공 폭파 사건이 북의 소행이었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모든 자료와 정보를 내놓은 채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에 대해 정정당당히 대응하지는 못할망정 지금 천안함 1주기는 오히려 믿지 못하는 인사들을 마치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매도하는 또 다른 낙인찍기로 진행되고 있다.

천안함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의사 표시와 합리적 이견이 허용되고 자신과 다른 입장도 존중되어야 하는 사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천안함 1주기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소중함을 역설하면서 오히려 대한민국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자유를 억압하는 퇴행적 억압은 그 자체로 반대한민국적이다. 한반도 평화와 함께 우리 내부의 평화도 소중한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잊지말자 천안함'이 맹목적 분노 심기로만 흐르고, 안보태세 강화가 군사적 차원의 억지와 응징에만 그치고, 정부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사에 대해 설득과 해명이 아닌 억압과 매도로 일관한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천안함 1주기는 잘못 가고 만 것이다.

동아일보가 그리도 절실하게 묘사한 46명 젊은이들의 절절한 안타까움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대북 적개심과 군사적 안보담론에 갇힌 절반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일보가 그렇게 반색하는 천안함 P세대들은 한편의 안보의식 강화에도 불구하고 막상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서는 모두가 분연히 일어나 전쟁반대 평화사수를 외칠 젊은이들임을 또한 깨달아야 한다.

보수 진영의 적개심과 분노 그리고 강력응징의 의지만으로는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주기를 맞는 천안함 사태의 교훈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고민이어야 하고 이를 만들기 위한 남북관계 정상화와 합리적 북한관리의 필요성이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지도 관리하지도 만들지도 못하는 지금의 남북관계 파탄과 대북정책 실패는 그래서 천안함 1주기의 교훈 앞에서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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