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주도(州都)인 매디슨시 주의회 청사 주변에서 벌어진 시위의 규모는 찬반 양측을 합해 7만 명에 달했다. 이중 대부분은 법안에 반대하는 노조 측 시위대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법안 반대 측에서는 "법안을 철회하라"라는 구호를, 찬성 측에서는 "법안을 통과시켜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시위에서 등장한 구호는 격렬했지만 시위 자체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 지난 19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주의회 청사 주변에서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임금과 사회복지제도를 삭감하는 내용의 새 입밥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켠에서는 티파티 등 보수단체가 주도한 법안 찬성 시위도 열렸다. ⓒAP=연합 |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법안 반대 시위는 스콧 워커 신임 주지사 등 공화당 세력들이 주도한 새로운 법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주의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은 공무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복지제도에서 본인부담 비율을 높이며, 공무원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워커 주지사는 이 법안이 더 고통스러운 일자리 감축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많은 유권자들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측은 이번 법안을 통해 향후 2년 간 3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위스콘신주는 36억 달러 규모의 예산 적자에 직면해 있다.
노조 등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이번 법안은 명백히 반(反) 노조 정서에서 나온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스콘신주가 갖는 상징성도 반대 시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위스콘신주는 지난 1959년 미국에서 최초로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한 주다.
법안 반대 시위에 참석한 퇴직교사 짐 슈나이더(69)는 주지사가 시위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비꼬며 주지사의 사진 옆에 "호스니 무바라크?"라고 쓴 피켓을 흔들었다. 슈나이더는 "이집트인들이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며 "이집트가 다른 중동 국가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위스콘신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미국의 다른 주에 매우 중요하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백악관과 민주당도 노조 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지역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은) 노조에 대한 공격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공무원들이 우리의 이웃이며 친구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17일 민주당 소속 주의원 14명은 등원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법안에 대한 표결을 무산시켰다. 위스콘신주의 주의회 정원은 33명이며, 개원을 위해서는 20명의 의원이 출석해야 한다.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19석을 차지하며 승리했으나 단 1석 차로 법안 단독 처리는 할 수 없는 상태다.
전미 노조연합 지도부도 반대 시위에 참석해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노조와 민주당, 백악관은 2012년 선거를 위해 지지세력을 결집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시위는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티파티패트리어츠'와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이 주도했다. 찬성측 시위대에는 새뮤얼 조셉 워젤바커 등 티파티 계열 인사들이 참여해 강연을 열었다.
한 찬성측 시위대 참가자는 노조를 향해 "당신들은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들은 이기적이야!"라고 비난했다. 다른 참가자는 "노조는 잘못된 때에 잘못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새러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성명을 낭독하기도 했다.
한편 19일 미 공화당은 연방 하원에서 2011년도 정부 재정지출을 14%나 삭감하는 초강경 재정 감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12년도 예산안을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감축안에는 건강보험 개혁안과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 등 오바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을 저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감축안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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