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병은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벨기에에 걸쳐 영업하는 세계최대 증권거래소의 탄생을 의미한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거래소의 연간 거래 규모는 20조 달러가 넘는다.
▲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뉴욕증권거래소가 독일의 증권거래소업체에 합병됐다. ⓒAP=연합 |
초고속 전자거래 경쟁에 밀려
세계적인 증권거래소들이 이처럼 뭉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초고속 전자거래 시스템을 장착한 신생 거래소들의 거센 도전 때문이다. 1792년 출범한 뉴욕증권거래소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수익성이 나은 파생상품 거래를 강화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몸집이 무거워 비용 및 수수료 경쟁에서 뒤쳐졌다.
합병으로 몸집을 더 키워도 소용이 없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유로넥스트의 합병으로 탄생한 NYSE유로넥스트의 주가는 합병이 이뤄진 2007년 이후 61%나 떨어졌다. 이번 합병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회의적이다. 합병 소식이 발표된 15일(현지시간) NYSE유로넥스트의 주가는 3.4% 떨어진 38.12 달러로 마감했고, 도이체뵈르제의 주가도 2.4% 하락 마감했다.
어쨌든 생존을 위해 합병이라도 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기존 거래소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증권거래소는 호주의 ASX 인수에 나섰고, 런던증권거래소(LSE)도 토론토중권거래소 운영업체 TMX그룹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발표했다.
증권거래소들의 다국적 합병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적 장소로 누가 누구를 인수하느냐에 국가적인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의 합병으로 탄생할 업체의 이름이 아직 정해지지도 못한 것도 이때문이다.
국가 자존심 갈등, 독점 우려 논란
합병업체는 도이체뵈르제가 95억 달러(약 10조원)을 주고 NYSE유로넥스트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설립되는 것이고, 합병업체의 지분 구성도 도이체뵈르제가 60%, NYSE유로넥스트가 40%라는 점에서 도이체뵈르제가 인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NYSE가 합병으로 탄생한 업체의 이름에 먼저 나와야 한다"면서 "뛰어난 브랜드인 NYSE가 이름의 앞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갈등을 보여준다.
합병을 통해 너무 거대한 증권거래소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거대업체로 인해 경쟁이 제한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해 정치적 로비를 하는 등 폐해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NYSE유로넥스와 도이체 뵈르제를 합치면 시가총액은 26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하며, 두 업체가 운영하는 각 거래소의 상장업체들의 시가총액은 무려 15조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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