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구제역 발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역에 구제역이 발생해 소와 돼지 1만여 마리가 감염됐으며 국가수의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하고 전국에 '비상방역'이 선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지난해 말 평양시 사동구역 리현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때로부터 현재까지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자강도, 강원도 등 8개의 도에 전파됐다"며 "그중에서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평양시와 황해북도, 강원도"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 지역의 협동농장과 젖소목장, 돼지목장에서는 구제역 O형이 발생해 지금까지 부림소(일소)와 젖소, 돼지 1만여 마리가 감염되고 수 천 마리가 폐사했다"며 "내각 부총리 김락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수의비상방역위원회가 조직돼 전국에 비상방역이 선포됐다"고 말했다.
농업성 리경군 국장은 인터뷰에서 "지금 구제역 발생지역을 차단하고 소독사업을 진행하고 병 발생 개체에 대한 치료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폐사된 부림소, 젖소, 돼지에 대한 매몰사업이 진행되고 모든 봉사망과 시장에서 해당 집짐승들의 판매를 중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2007년 구제역이 발생해 소와 돼지 3000여 마리가 살처분됐고, 2008년에도 100건 이상의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7∼09년 북한에 대한 구제역 긴급지원으로 미화 43만 달러를 제공했다. 북한의 가축 사육두수는 2008년 현재 소 57만6000마리, 돼지 217만8000마리라고 통계청은 집계하고 있다.
구제역, 휴전선 넘어갔을까
한편 북한의 구제역 전파 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구제역 상시 발생 지역인 중국과 접경하고 있어 남한보다 더 일찍 구제역 차단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남한에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 떼 방북' 당시에도 '북한 구제역 발생 루머'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번 구제역은 아직 전파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남한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 측은 발생지를 평양시로 밝히고 있지만,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 황해북도, 강원도라는 점에서 남한에서 전파돼 황해·강원 지역을 거쳐 구제역이 빠른 속도로 북상했고, 제대로 보고되지 않다가 평양에서 첫 보고가 됐을 수도 있다.
2007년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평양이 첫 발생지로 지목됐는데, 당시 중국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아시아 1형'이었지만 북한 구제역은 'O형'이었다. 최근 남한을 휩쓴 구제역도 O형이고, 이번 북한 구제역 역시 O형이다. 구제역은 공기중으로도 전파된다고 보고되고 있어, 남북한의 공동 역학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2007년 북한 구제역 발생 당시에는 남한 정부에서 33억 원 가량의 방역 지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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