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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軍, 중립이라더니…뒤에선 시위대 구금·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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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軍, 중립이라더니…뒤에선 시위대 구금·고문"

시위 상황 변수될 듯…정부, '군 투입 진압' 공언

"군인들은 내 가랑이 사이에서 총검을 흔들며 강간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고문도 고통스러웠지만, 군 감옥에서 없애버리겠다는 말에 까무러칠 뻔 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군이 실은 시위대를 불법으로 연행하고 구금, 고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9일 이집트에서 불법 구금을 당한 시민이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한다며 군대에 의한 고문 실상을 폭로했다.

이집트 경찰과 정보기관이 시위 사태에서 인권을 유린한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군부도 고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이로의 인권단체 관계자인 호삼 바가트는 군인들에 의해 구금됐던 사람들의 증언으로 볼 때 군은 반정부 시위를 깨뜨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 이집트 군대가 거리에 나와 있다. ⓒ뉴시스

23세의 청년 아슈라프는 지난 4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부상자들의 치료에 쓸 의료도구를 나르다가 군인들에게 붙잡힌 후 겪은 고초를 증언했다. 그는 "인도에 서있는데 군인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더니 나더러 외국의 적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총으로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아슈라프의 손을 묶고 근처 박물관 뒤로 끌고 가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아슈라프는 "나를 방에 쳐 넣고, 반정부 시위를 하라고 매수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나는 그저 좋은 정부를 원해서 시위에 나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군인이 내 머리를 때리고 바닥에 꿇어앉히더니 발로 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검으로 강간 위협까지 당한 아슈라프는 심각한 고문을 받은 십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구금되어 있다가 18시간 만에 풀려났다.

그 외에도 군인들에게 고문을 당한 사례는 많다. 호삼 바가트는 군인들에 의한 연행은 광범위하다면서 "내가 아는 한 군부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전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가담자는 물론 통금 위반자, 군인에게 말대꾸한 시민, 심지어 단순히 거동이 의심스럽거나 외국인처럼 보인 사람들도 마구 연행됐다. 특히 군인들은 연행해 온 사람들에게 '하마스나 이스라엘을 위해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한 민주화 운동가도 군인들이 강제로 자신의 가방을 수색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전단지가 나오자 곤봉으로 때렸으며 전기충격기로 고문을 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집트 군이 시민들을 잡아간 사례가 접수된 것만 119건에 달하지만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HRW의 헤바 모라예프는 군에 잡혀간 사람들은 대부분 풀려나지만 일부는 계속 잡혀있다면서 실종자들은 대부분 군에 잡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들 중에는 반정부 블로거로 유명한 카림 아베르도 있다. 정부 비판으로 4년간 옥살이를 하고 최근 출소한 아베르는 지난 7일 타흐리르 광장 밖으로 나가다 군 검문소에 붙잡힌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노동자·농민·빈민까지 시위 가세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금요기도회가 열리는 11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집트 정부는 9일(현지시간) 군대를 동원한 강경 진압을 경고하고 나섰다.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인터뷰에서 "혼란이 빚어진다면 군대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시위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말이다.

가이트 외무장관은 또한 미 공영방송 <PBS>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정치 변화를 촉구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집트군이 지금까지 취한 입장을 존중한다"며 지속적인 개입 자제를 요청하는 선에서 대응을 멈췄다.

그러나 시위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반정부 지도자들은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실현하기 위해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11일에 다시 한 번 '100만인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과 도시 빈민, 농민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이집트의 노동자 수만 명은 시위대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하며 전국 곳곳에서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체신청, 철도·버스, 전기, 박물관 등 정부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집트 남부의 아시우트 지역에서는 9일 대부분이 농민인 8000명의 주민이 카이로로 향하는 도로에 야자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지르며 정부에 빵 부족의 해결을 요구했다. 지중해 연안의 수에즈 운하 인근 도시인 포트사이드에는 수백 명의 도시 빈민이 지방 정부 청사 건물 일부에 불을 지르며 주택 부족 문제를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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