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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권교체 초읽기 … 미국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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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권교체 초읽기 … 미국도 속수무책

[해외시각]이집트 사태를 이해하는 5가지 관전포인트

튀니지의 민주혁명이 북아프리카 일대의 독재정권들을 잇따라 무너뜨릴 기세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동정책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30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마저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풍전등화 신세가 되고 있다.

당초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무바라크 정권이 국민의 뜻에 따라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이집트 반정부시위 5일째인 29일 경찰진압부대 앞에서 청년들이 무바라크 퇴진을 외치고 있다. ⓒAP=연합

무바라크, 노쇠한 최측근들로 내각 교체

하지만 83세의 무바라크가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의 요구에 진정한 부응을 하기에는 너무 늙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25일부터 시작된 반정부시위 닷새째인 29일 새벽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내각 해산과 개혁을 약속했지만, 이날 오후 75세의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 70세인 아흐메드 샤피크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에 임명하는 등 자신의 최측근들로 다시 내각을 채웠다.

이런 조치는 이집트 국민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와 일당들이 퇴진할 것을 요구했는데,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작태"라고 더욱 분노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5일간 사망자만 100명 넘은 듯

이미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심각한 유혈사태로 악화됐다. 이집트 보안당국이 이날 공식적으로 밝힌 인명피해만 이집트 전역에서 최소 62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2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은 시위 첫 이틀간의 통계다.

중동의 <알자리라> 방송이 시위가 계속된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의 인명피해는 최소한 사망자만 95명(알렉산드리아에서 23명, 수에즈에서 27명, 카이로 22명)이며, 부상자는 집계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병원 관계자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28일 하루에만 카이로, 수에즈,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6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 반미 무슬림 형제단 집권하나

일각에서는 이집트의 유혈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진정되려면 이제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도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주요 협력 파트너이고, 만일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되면 이집트의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해 이집트에 반미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미국의 행동대장격인 이스라엘에게도 중대한 타격을 초래한다. 중동일대에 이스라엘에게 우호적인 세력과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반 이스라엘 세력간의 균형이 결정적으로 깨지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걸쳐 있는 아랍국가 중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군사강국이기 때문에, 이집트가 미국과 이스라엘과 적대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매년 약 15억 달러의 원조를 받으며 중동에서 가장 발전되고 서구화된 군을 보유하고 있다. 약 50만 명의 병력과 F-15 전투기 100여 대를 포함한 500대의 전투기, 최신예 M-60 탱크를 포함한 3000대의 탱크로 12개의 기갑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미국 주류언론, 무바라크 지원 여부 두고 갑론을박

문제는 미국이 당장 어떻게 개입할 수단도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미국의 주류 언론들조차 오바마 정부에 대한 조언도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사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민주화 시위대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비현실적이라며 무바라크 대통령에 개혁 이행을 촉구할 게 아니라 야당 세력에 의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무바라크 치하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한 중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며 "누구도 미국이 정권교체를 옹호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집트 반정부 세력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재의 사태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미국 내부의 논란과 관계없이, 이집트의 군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이집트의 시위진압을 위해 군병력이 카이로 등에 투입된 가운데 46만8000여 명의 병력을 보유해 세계 10위의 막강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집트 군부가 향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튀니지에서도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 군부가 발포를 거부한 것이 독재자 지네 알-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붕괴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군은 지난 1952년 당시 왕정을 뒤엎는 쿠데타 이후 혁명의 보호자를 자처해 왔고, 이후 집권한 4명의 대통령은 모두 군 장성 출신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호스니 무바라크 현 대통령도 공군 장성 출신으로, 지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에 의해 부통령으로 발탁됐다.

이집트 군부, 국민에게 발포하지 않는 전통 지킬까

이집트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도 높다.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대는 경찰과 내무부 보안군은 정부가 고용한 '폭력배'로 여기는 반면, 카이로 도심에 진출한 군 탱크에 대해 박수를 칠 정도다.

현재 이집트 군부도 무바라크 정권이 한계에 와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국민의 절반이 하루 2달러로 생활하는 극심한 빈곤상태에 빠져있는 등 빈부격차와 부패가 극심해 이집트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을 막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들은 "이집트 시위 현장에서는 일부 군과 경찰들이 시위대와 서로 미소를 지으며 'V'자를 그려보이는 등 정권교체에 확신하는 모습들이 곳곳에 목격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워싱턴 소재 비영리 싱크탱크 국가안보네트워크(NSN)를 이끌고 있는 헤더 헐버트는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사태에 대한 이해를 돕는 5가지 요점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멈출 수 없다"고 단언해 주목된다.

헐버트가 'Five Things to Understand About the Egyptian Riots'라는 글을 통해 제시한 5가지는 다음과 같다.

-혁명은 종종 별다른 예고 없이 터져나온다

튀니지의 시민혁명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으며, 이집트까지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리라고 믿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한 의원은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말한다면, 상당히 에누리해서 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혁명의 물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려면 1989년 동독에서 벌어진 폭동을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시 누구도 그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고, 평화적으로 끝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루마니아 사태 때는 루마니아 사람들을 빼고는. 유혈사태로 끝날지 아무도 예상못했다.

-군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이집트의 제도권 조직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결국 사태 국면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장기간 억압 통치가 유지된 이집트에서 즉시 정권을 교체할 시민 세력이 없다. 하지만 군부, 안보기관, 재계와 학계, 종교계의 인사들, 정당과 사회단체 등 제도권 조직들이 있다.

이들의 선택이 이후 상황 전개를 좌우할 것이다. 현재 이집트 거리에서 경찰을 빠지고, 군대가 동원됐는데 시위대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1986년 이후 수도 카이로에서 군부가 배치된 적은 없었으며, 이집트 시민에게 발포한 적도 없었다.

-미국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멈출 수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무바라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관측은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구원 샤디 하미드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정책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입장을 밝히는 수사법을 바꾸는 정도이며...이집트 시민들은 도덕적 지지와 격려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그런 것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바라크의 퇴진을 위한 협상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에 미국 정부가 더 깊숙히 개입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올 수 있다.

-무바라크를 대체할 인물은 있는가

이집트 정부는 경쟁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았다. 무바라크에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은 물론, 후계자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집트 밖에 있는 가장 유명한 인사는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다. 그는 서구권에서는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고국에서 전반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은 아니다.

이집트의 반정부세력을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하려는 그의 노력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위협'은 과장된 것이다.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은 과거에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창하고 폭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3가지 다른 사실과 함께 고려해야 균형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첫째, 무슬림 형제단은 이제 폭력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으며, 이집트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 두번째,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것은 세속적인 이집트 젊은이들이다. 세번째, 이집트 최대 야권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은 알카에다와는 수십년 동안 앙숙관계다(무슬림 형제단의 목표는 보다 정치적이며 개별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알카에다의 빈라덴이 말하듯 '미국 본토' 공격 같은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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