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의 유해는 현재 미라 형태로 안치되어 있는데, 이를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논란은 매년 1월 21일 그의 사망일을 전후해 불거지곤 했다.
그러나 레닌 사망 87주년이 된 올해는 러시아의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유해 매장 여론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야당인 공산당 등이 반발하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레닌 유해 매장을 주장하는 한 의원의 글을 올려 운을 뗀데 이어 22일부터는 레닌 유해 매장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굿바이레닌(GoodbyeLenin.ru)' 웹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여론 조사에는 24일 현재까지 약 27만 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약 70%가 매장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 통합러시아당이 만든 '굿바이레닌' 웹사이트 온라인 여론조사. '당신은 레닌의 시신을 매장하는데 동의하십니까'라고 묻고 있고, 찬성이 69.24%를 기록하고 있다. ⓒ'굿바이레닌' 사이트 캡쳐 |
앞서 통합러시아당 소속 의원이자 저명 역사학자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레닌은 극단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인물"이라며 "러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묘에 그가 중심적 인물로 자리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딘스키 의원은 이어 "레닌은 자신을 위해 어떤 묘도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며, 생존해 있는 그의 친척들도 묘 건설에 반대했었다"며 묘 이전과 유해 매장을 강력히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줄곧 레닌 묘 이전에 반대해온 공산당은 통합러시아당이 찬성 투표수를 조작하고 있다며 온라인 여론 조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공산당의 발레리 라슈킨 의원은 23일 "객관적 여론은 전문적인 여론 조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며 "온라인 투표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정당 '정의러시아당' 부대표 겐나디 구트코프도 통합러시아당의 레닌 유해 매장 추진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벌어지자 통합러시아당의 안드레이 보로브요프 중앙집행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일부 당원들이 제기한 문제"라며 시신 매장이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적 장례 관행과 생명의 논리로 볼 때, 언젠가는 매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러시아당 의장으로 실세 권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그간 이 문제의 처리는 국민들의 뜻에 달려있다는 말을 해왔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해외 러시아 전문가들과의 모임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레닌 유해 매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정치 지도자들의 시신을 미라 형태로 보존하는 것은 공산권 국가의 특징이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되어 있고, 베트남의 호치민도 같은 방식으로 보존되어 있다.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사후 잠시 미라로 보존되다가 이후 화장되어 크렘린 벽묘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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