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25년 전 민중 봉기로 쫓겨난 뒤발리에가 16일(현지시간) 비행기편으로 아이티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어두운 색 정장과 넥타이를 한 그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 지지자들로부터 환영 인사를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뒤발리에 전 대통령은 "아이티 국민들을 돕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귀국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는 그의 귀국이 현재 정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다면서 "그는 아이티인이고, 고향에 돌아올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뒤발리에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베이비 독'(Baby Doc)이라고 불렸었다. '파파 독'(Papa Doc)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아버지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으로부터 1971년 종신 대통령 직위를 물려받게 되면서 얻은 별칭이었다. 아버지 뒤발리에는 1957년부터 독재정치를 폈으며 1971년 사망했다. 당시 '후계자'였던 그는 겨우 19세였다.
재임 당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톤톤 마쿠트'라는 무장 민병대 조직을 독재에 활용했다. 폭력과 위협으로 통치를 연장해 가던 그는 1971~86년 15년 동안 대통령직에 있었으며 부패와 인권 탄압 등으로 국민들의 정권 반대 시위가 거세지자 프랑스로 도피했다.
뒤발리에는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수백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986년부터 프랑스에 살기 시작했으나 공식적인 정치적 망명으로 프랑스 당국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2007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아이티 국민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그에게 충성을 바친 소수 그룹은 그의 귀국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 25년 전 민중 봉기에 프랑스로 쫓겨 갔다 지난 16일 '깜짝 귀국'한 아이티의 독재자 장 클로드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숙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
지진, 전염병 이어 정치 갈등…불안한 아이티
아이티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로 인해 고조된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투표는 현재 연기된 상태다. 부정선거 논란 등으로 결선투표에 어떤 후보가 올라가야 하는지에서부터 격한 의견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거 이후 폭력 사태가 발생하며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혼란으로 인해 아이티 국민은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작년 1월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25만 명이 사망한 참사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다.
2008년부터 아이티 인접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평화 봉사단으로 활동한 바 있는 킨 바트는 지난 15일 미국의 진보 저널 <먼슬리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공정한 선거를 새로이 실시하는 것만이 아이티를 도울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바트는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선거는 가장 지지도가 높은 정당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참여를 제한받는 등 부정 선거였다며 미국과 국제 사회가 다시 선거 비용을 대는 한이 있더라도 전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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