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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뭘 해도 목적은 '김정은 후계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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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뭘 해도 목적은 '김정은 후계 안정화'?

[한반도 브리핑] 무의미한 분석 버리고 전략을 제대로 보라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해 신년 공동사설부터 파격적이었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을 거치면서 남북간 대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신년사설을 통해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무조건적인 대화를 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그것도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것임을 암시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 공세에 나서게 하고 있을까?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일전선전술'의 차원에서? 아니면 북미간 대화를 준비하기 위한 명분 쌓기를 위해서? 아니면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명박 5년 동안 아무런 남북대화 없이 지나가는 것을 원치 않아서? 무엇이 북한의 의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러한 북한의 제의를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경제 지원의 목적이라거나,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의도 등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김정은의 단호함을 보여주고, 결국에는 그의 후계체제 구축의 안정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도 문제지만, 이번의 대화 제의도 후계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을 결과적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대화 공세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남북관계를 넘어 더 넓은 시각에서 살펴보자.

▲ 북한에서 매달 두번째 일요일에 치러지는 '체육의 날'인 9일 오전 평양의 시민들이 집단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19일로 예정된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회담이다. 이미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의제가 논의되겠지만, 한반도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은 분명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움직임이 있었고, 대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 내 '대화파'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대화를 하더라도 이미 상당히 벌어진 양국간 인식의 차를 좁히기에는 어려운 장애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변화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뉴욕채널 이외에 또 다른 채널로 북미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와중에서는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중요한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민간인 신분으로서는 합의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그저 외면해버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교착된 6자회담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먼저 재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화 자체를 둘러싸고 어지러운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아마도 이처럼 어지럽고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자체만이 진실일 것이다. 즉, 아직까지 뚜렷한 시나리오와 합의된 지점이 없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이는 곧 앞으로의 사태 전개는 아직도 열려있는 상태이며, 남북관계를 통한 우리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의미이다.

어지러운 상황 자체가 진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의 대화 공세는 대화 국면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동시에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신년사설에서 보인 북한의 태도에는 남한과 미국 모두에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끝내 외면한다면 우리 길을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북한으로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에 인민생활 향상을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 따라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적 지원 혹은 경제협력까지 이루어진다면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것이 여의치 않는다면 결국에는 현재 진행중인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제 건설의 전략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년사설에도 나타났듯이 김정일 위원장의 두 번에 걸친 중국 방문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는 그러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 현재 북한의 대화 공세는 현재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와 지난해부터 격화되기 시작한 동북아시아의 현 구조를 흔드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대화가 진행된다면, 그 자체로 이미 대북 압박의 판이 깨지는 것이고,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은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고 새롭게 판을 짜거나 흔들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이미 중국은 올해 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인민일보를 비롯한 언론매체를 통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적극적인 비판을 해오고 있다. 반면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다가올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어 나타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대화 공세가 미국과의 회담에서 유리한 상황 하나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또한, 점차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에도 나쁘지 않은 상황을 주게 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평양을 방문했던 뉴멕시코 주지사 리처드슨이 "그들은 마치 정치인처럼 행동했다"는 말을 잘 음미해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의 모든 행동에 후계체제 안정화를 위한 '딱지붙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일각의 시각이 오히려 가장 무능력한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북한의 대화 공세에 대해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진정성을 앞세우면서 부정적인 평가로만 일관하고 있다. 물론, 약간의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화 공세를 계속하자 천안함·연평도·핵문제를 논의하는 남북회담을 하자며 북한에 역제의를 했다. 이는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을 내심 계산한 의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이라는 북핵 문제 해결의 장을 남북대화의 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의도라고 평가된다.

이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에만 방점을 찍고 있을 뿐, 이를 넘어서는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청사진에 근거한 남북대화의 전술이나 전략이 부재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6자회담 이전에 남북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분명치 않은 약속을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닐까? 사실 북한이 대화를 제기하면서 의제로 제시한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 회담, 개성공단 문제,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의 구체성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현재까지의 입장에는 구체성도 없고 전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대화 그 자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성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대화 공세는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가 크게 변화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현재 북한의 대화 공세가 성과 없이 종료되고, 미국과 남한에 의한 대북 강압정책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신년사설에서 암시한 것처럼 대화에 연연하지 않는 그들 나름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3차 핵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모두 다 포함될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을 키워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2012년 그들의 목표에 당장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압박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들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한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아니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2013년을 기다리면서 현 정부와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과거 김영삼 정권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어떤 길이든 이명박 정부는 결국 남북관계의 후퇴와 정치적 부담, 그리고 제대로 된 대북 정책을 한 번도 펴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1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그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지게 될 것이다. 북한과 주고받는 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연초부터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시간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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