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하나의 큰 테마로서 일본과 북한 간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일본의 주권에 관련된 납치자 문제도 있기 때문에 6자회담 등 다자 회담에서만 북한 문제를 다루지 않고, 납치와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양국 간 직접대화가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6자회담 제안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직접 대화에는 이같이 의지를 보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북일 직접 대화를 강조한 마에하라 외무상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도 "국교가 없어도, 양국 간 현안 사항에 대해 확실하게 직접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말했었다. 또한 그는 2011년에는 실무자에 의한 공식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여러 가지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 ⓒEPA=연합 |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미중 정상회담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틀을 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마에하라 외상의 발언도 이런 국면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중 정상회담이 "그동안 위협 세력으로 간주됐던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만드는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2011년은 신냉전·대결 구도에서 탈피해 화해·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또한 이 소장은 일본 국내정치적인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내에서는 납치자 문제가 모든 대북정책의 중심"이라며 "북일 대화가 단절돼 있는 현재 상황은 일본 외교에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또 "일본 국내 여론이 강경하기 때문에 어떤 정치인도 대북 대화를 재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오히려 마에하라 외상 같은 보수파가 역설적으로 대화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일본 외교가에서 대북·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소장은 "만약 진보적 인사가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면 일본 국내 여론이 '협상을 대충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할 수 있지만 마에하라 외상 같은 인물이 대화를 추진하면 일본 내의 반발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강경책과 대화라는 두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일본에 유리하게 북일관계의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일 수교를 해서 국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고, 이를 통해 6자회담을 열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일본이 앞장서서 열 수 있으면 국제적인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는 종합적인 판단에서 이번 발언이 나왔다고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호사카 교수는 "대북 무역 차단이나 경제 봉쇄, 송금 금지 등 현재 일본 정부가 북한에 취하고 있는 강경 자세를 푼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좀 더 신중한 관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북일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일본이 6자회담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호사카 교수는 "6자회담 자체는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인데, 일본이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납치 문제여서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일본 측에서는 소외받았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일본은 6자회담 틀 안에서만 북한과의 대화에 참가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6자회담 자체에) 이런 한계가 있고 또 그나마 6자회담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대 화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