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푸틴, 유럽을 끌어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푸틴, 유럽을 끌어안다"

[월러스틴의 '논평'] 美 지도자에겐 위키리크스보다 더 무서운 것

"푸틴의 대담한 제안(Mr. Putin Makes an Audacious Offe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11월 말 독일을 방문했다. 방문 전 푸틴 총리는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과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푸틴, 유럽을 끌어안다"였다.

인터뷰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푸틴 총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여년만에 찾아온극심한 세계 경제 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조화로운 경제 공동체를 창조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우리는 경제자유구역(FTA)이나 이보다 더 진전된 통합의 형태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이 대륙 전체에 걸친 시장은 수 조 유로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와 EU가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산업화의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협력의 영역으로 조선, 항공기, 자동차, 친환경기술, 제약, 원자력, 방위 산업 분야를 언급했다. 그는 유럽과 러시아 기업들이 이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공급 분야에서 푸틴 총리는 "활발한 거래"를 촉구했다. 그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이를 공급하는 것까지, 기술적 가치를 창조하는 순환 구조의 모든 면"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와 EU는 비자 철폐(상호 무비자 방문 허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며 이것은 "러시아와 EU의 통합에서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독일에 도착하면서 이 나라의 주요 은행가들과 산업가들에게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는 그들을 그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독일 기업 '지멘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답하듯 "우리는 러시아에서 마치 고향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며 "러시아는 신흥국이 세계 경제 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해주고 있는 뚜렷한 사례"라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독일 경제 엘리트들에게 그의 "매력 공세"를 계속했다. 그는 자신과 그들이 함께 통화 체제와 관련된 문제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 체제에서 우리는 새로운 다극체제를 필요로 한다"며 "달러화의 과도한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로마 제국이 취했던 정책으로 인해 500년에 달하는 경기 침체를 겪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 그는 유로화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뜻을 밝히며 유로화가 세계 경제에서 미국 달러화와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달러가 아닌 유로나 루블로 표시된 무역 거래의 가능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 지난달 27일 독일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왼쪽)가 이 나라 앙켈라 메르켈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연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제안들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이지는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푸틴 총리의 제안이 "공동의 전략적 목표에 관해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계 일부는 푸틴의 제안에 강력한 지지의 뜻을 보였고 언론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자유 무역 사상보다는 민족주의적(nationalist) 성향으로 유명한 푸틴 총리에 의해 이런 경제 개방이 제안됐다는 것은 진정 혁신적"이라며 "게다가 이런 산업 협력 발전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유럽과 러시아) 양측에서 번번이 방해받아왔던 일"이기에 더욱 놀랍다고 평가했다.

푸틴 총리의 제안은 '서방 국가(West)'가 아니라 '유럽(Europe)'을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 대신 유럽과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명확한 시도로 보인다.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이런 입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입장이 이렇게 공개적이고 대담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 유로화에 대한 정치적 강화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푸틴 총리가 직접 유로화 지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푸틴 총리가 단순히 또는 원칙적으로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입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산업화의 물결에 대해 말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러한 대담하고도 공개적인 푸틴의 외교 노선은 위키리크스의 자료 공개보다 미국 지도자들을 더욱 겁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2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