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주 연방지법의 헨리 허드슨 판사는 13일 이 법안의 내용 중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비가입자는 벌금을 물도록 한 조항은 "의회에 허용된 헌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결했다.
올해 3월 법안이 통과된 이래 20여 건의 소송이 진행됐고 앞서 이 주의 다른 연방판사와 미시간주 연방판사 등은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이 법안에 대한 소송 중 처음으로 위헌 판정을 받은 사례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가 예상되자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 승리 후 건강보험개혁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
허드슨 판사는 42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건강보험 역시 하나의 금융상품에 해당하며 이전 판례에 비춰보면 개인에게 상품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최소한도로 기본적인 건보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한 조항은 헌법의 조문과 기본 정신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허드슨 판사가 위헌이라고 본 것은 가입 의무를 어긴 사람에 대한 처벌조항뿐이며 이 법안의 나머지 내용은 판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소송은 케네스 쿠치넬리 버지니아주 검찰총장에 의해 제기됐다. 미국에서 검찰총장은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선거에 의해 뽑히는 선출직이며 쿠치넬리 총장은 공화당 소속이다. 공화당은 지난 11월 중간선거 승리 후 건강보험개혁법 철폐를 공공연히 입법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정 투쟁도 계속하고 있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실망스러운 판결이지만 연방정부는 여전히 이 법이 합헌이라고 믿는다"며 항소할 뜻을 비쳤다. 미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경우 최종적으로 판결이 나기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이 2014년까지는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건보개혁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쿠치넬리 총장은 "이 판결은 대법원에 의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것은 아니지만 헌법을 수호하는 데 중요한 기준을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지지해온 단체 '지금 미국에 건강보험을'의 임원 이단 롬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좋고 나쁜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 판결이 확정되면 보험회사는 지금까지의 건강 조건이 나쁜 사람들을 차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통과된 이 법안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3200만 명의 미 국민들을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보험 가입률을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건강보험과 같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이 직접 운영하는 보험인 '퍼블릭 옵션'은 입법 과정에서 공화당의 반발 등으로 인해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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