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교수는 이 칼럼 '북한에 대한 5가지 오해'(Five myths about North Korea)에서 사람들은 북한은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고,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물려받기에는 너무 어리며, 중국이 북한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주변국 누구도 한반도의 통일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통일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합의를 깰 것을 알면서도 협상에 임해야 하는 딜레마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중국 탓만 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망설이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북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은 단지 '미친 짓'이 아니라 면밀하게 계산된 이성적 행동이라는 것이 차 교수의 분석이다.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에 3대 세습이 실패하고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차 교수는 김정은의 어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 교수는 현재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한반도의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며 비용도 더 적게 들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차 교수가 말하는 '통일'은 흡수통일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군사적 긴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는 통일 비용과 비교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북한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myths)
▲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뉴시스 |
1. 북한은 미쳤다
북한은 괴상할(weird) 지는 몰라도 미치진 않았다. 지난 2004년 <팀 아메리카>라는 영화에서 그려진 종잡을 수 없는, 핵을 짊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많은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나라의 외교관들은 유능하고 미국에 대해 잘 교육받았으며, 캘리포니아산 적포도주에 대한 미식가적인 취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에서 그들과 협상하는 동안 나는 언제나 그들이 이성적(rational)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성적이면서도 호전적일 수는 있다. 북한의 경우 호전성은 식량, 연료와 정치적인 인정을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노력의 일부다. 이런 노력은 여러 차례 보상을 받았다. 최근 내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기획한 연구는 1984년 3월부터 북한의 도발에는 언제나 이르든 늦든 대화가 따랐고 많은 대화에서 북한은 이득을 챙겨갔다는 것을 밝혔다.
북한은 완벽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이 나라는 점점 많은 위험(risk)을 감수하려는 도박꾼과 같다.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처지에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런 나라들은 주목을 받고 싶다고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는다. 잃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처럼 잃을 것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미사일 발사와 같은 위험한(risky) 행동을 취해서라도 뭔가를 (도박판에서) '따려고' 할 것이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위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말이 된다. (it makes sense)
2. 김정은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그의 아버지를 성공적으로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겨우 20대 중반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가 25~27세일 정도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만약 예정된 권력 승계가 실패한다 해도 그것은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은 아니다. 북한의 첫 지도자인 고(故) 김일성 주석은 1948년 권력을 잡을 당시 겨우 36세였다. 김정일 위원장도 1980년 후계자로 공인됐을 때 30대 후반이었다. 기본적으로 김 주석의 가계가 '왕족'인 북한의 체제에서는 지도자가 40~50년간 통치하리라는 희망에 기반해 그들이 아직 젊을 때 선출된다. 게다가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와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몇몇 충성스런 장군들 등 보좌진에 둘러싸여 있다.
만약 '3대 세습'이 실패한다면 그것은 북한 체제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수행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음에도 진보적이라기보다는 강경파로 보이는 징후가 있다. 이는 '주체사상'의 부활과 연관돼 있다. 주체사상은 지난 1950~60년대에 북한이 남한보다 더 사정이 나았을 때 북한의 지배적 사상이었다. 이 사상의 신봉자들은 지난 15년 간의 빈곤과 식량 부족을 1990년대 중반부터의 경제 자유화 조치 탓으로 돌리고 있다.
3.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
협상은 위기를 방지할 수 있지만 단지 일시적으로만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은 6자회담의 재개와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식량, 연료 지원과 체제의 안전 보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의 6자회담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기시감(데자뷰)을 느낀다. 경제적 유인은 부시 행정부 때 미국이 북한과 벌인 모든 협상의 일부였고 식량이나 에너지 등 현물 형태로 북한은 300억 달러의 원조를 확보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원조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나라가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도록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데에 있다. 미국 외교관들을 북한에 대해 말할 때 "코를 막고 협상하라"고 말한다. 이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내고 위기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 북한은 합의를 어기고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응은 한반도에서 또다른 전쟁을 불러올 수 있고 수십만 명이 희생될 것이다. 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에서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것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 이미 반세기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 온 이 나라에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취하는 것은 하나의 전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명백히 해결책은 아니다.
4. 북한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아마 북한 문제에 '지렛대'(leverage, 영향력)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레도 끼워 넣을 데가 있어야 소용이 있다. 중국이 소심하게 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련 붕괴와 남한의 '햇볕정책' 중단 이후에 중국은 북한이 유일하게 기댈 데가 됐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중국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했으며 오바마 행정부도 정확히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하는 동기는 대개 잘못 이해된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은 공산주의 형제국인 북한을 지지한다'는 이념적인 이유를 들거나 '중국은 이웃나라의 버릇을 어떻게 들여야 하는지 모른다'며 중국의 무능력을 탓한다. 또는 '중국의 국력이 더 강해질 때까지 북한이 미국의 화살을 먼저 맞아 주기를 바란다'거나 '중국은 북한을 남한과의 경계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전략적인 이유를 들기도 한다.
이런 설명들은 일부 사실이지만 중국의 딜레마는 그보다 더 깊은 데 있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런 행동이 북한을 붕괴시켜 수백만의 굶주린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는 사태를 초래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정확히 얼마만큼의 압력을 가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효과 없는 제스처만을 보내며 의미없이 진정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 역시 이런 범주를 넘지 못한다.
5. 한반도의 통일은 이 지역 모든 국가의 관심 밖이며 북한은 계속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다
지난 십 년간 북한 체제 붕괴가 가져올 혼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아시아와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은 한반도의 통일은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북한이 점점 호전적이 돼가고 핵 프로그램이 진전됨에 따라,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많은 관찰자들은 한반도의 통일만이 유일한 장기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통일세'를 걷어서라도 미래의 통일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말했다. 통일부는 국민들과 세계 사람들에게 통일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말해줄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통일 한국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나라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러시아와 일본 역시 북한을 이대로 놔두는 것이 한반도 통일보다 더 위협적이고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중국만이 한반도를 분단된 상태로 유지한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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