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위 본부장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연평도 도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등의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오는 15일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부 차관과 면담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다음 주에 박 외무상과 위 본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같은 기간에 6자회담 러시아측 차석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러 외무부 특임대사는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날인 9일 밝혔다.
'6자회담 당사국'간의 외교전은 최근 숨막히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고 다음날인 8일에는 한민구 합참의장과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찹의장이 한미 합참의장 협의회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멀린 의장은 다음날인 9일 일본을 방문해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성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또한 멀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중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4~17일에는 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보좌관,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 고위급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다.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했고 9일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내년 1월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일 3국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중국이 북한을 통제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3일 방중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위 본부장은 중국 방문 중 우다웨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회담을 갖고 우라늄 농축시설 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
위성락 방러 의미는?
앞서 위 본부장은 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연평도 포격사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또한 위 본부장은 러시아를 다녀온 뒤인 16일에는 성 김 미국 6자회담 특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협조할지는 상황을 봐야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러시아와 협조를 다져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입장은 북한 편에 서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중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과 공동 보조를 맞춰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에도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위 본부장의 이번 러시아행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 6자회담 당사국들을 모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연평도 사태 직후부터 한국 편에 섰다. 중국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고 있고 이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과 한미 합찹의장 협의회에서도 나타났다.
러시아는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북한을 비난했지만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는 찬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다음 주 연달아 남북한 외교의 최고위급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난다는 계획도 러시아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위 본부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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