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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켄그린 "아일랜드 구제금융, 재앙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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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켄그린 "아일랜드 구제금융, 재앙 초래할 것"

[해외시각]"본질 외면한 처방에 그친 유럽 리더십에 실망"

유럽의 재정위기는 본질적으로 부채위기라는 점에서 구제금융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현재 유럽 부채위기를 확산시키는 진앙지로 전락한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처럼 본질을 외면한 처방을 한 것은 시간만 지연시킬 뿐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유럽 금융과 환율 문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로 꼽히는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최근 'Ireland's rescue package: Disaster for Ireland, bad omen for the Eurozone'라는 글을 통해,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후 오히려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위기가 번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 브라이언 코언 아일랜드 총리가 지난 11월말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방안을 발표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아이켄그린 교수는 "근시안적이고 희망사항에 사로잡힌 유럽연합(EU)과 독일의 지도부가 고안한 구제금융식 해결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인 실행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부채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촉발시킬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정치적인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혹평했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극도의 긴축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실현가능성은 없고 재앙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로존은 내년에 구성될 아일랜드의 새로운 정부가 이번 방안을 거부하고 아일랜드 은행 채권 가격을 깎는 조치를 할 것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유럽의 미래 믿었던 내 입장 재고할 정도"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방안은 재앙이다.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독일 정부는 사태를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미국 학자로서 가장 친유럽적 경제학자라고 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내가 고통스럽게 느끼는 이유는 유로존이 완벽한 통화동맹이라고 생각했대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 불안정하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인정해왔고, 유럽의 거대한 구상을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EU와 독일의 리더십이 보여준 처절한 실패를 보고 나는 내 입장을 재고해야 할 것같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냥 문제를 연기시키는 것일 뿐이다. GDP의 130%에 달하는 공공부채는 조금도 감소하지 않았다. 아일랜드가 상환할 부채의 이자도 줄지 않았다. 국제자본시장에서 아일랜드 국채 발행금리는 5.8%에 달한다.

이번 구제금융 방안에 따르면 몇년 뒤면 아일랜드는 이자 뿐 아니라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그때에는 아일랜드 국민들은 매년 고통스럽게 국민소득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내야 한다.

세계 제1차 대전 후 가혹한 배상금에 시달린 독일의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방안은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국민적 반발이 불가피하다. 유럽위원회, ECB, 그리고 독일 정부는 내년 초 구성될 아일랜드의 새 정부가 전임 정부가 짜놓은 예산안을 거부할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트리셰 ECB 총재와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상황에 대비책을 세워둔 것인가?

이번 방안은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일랜드는 임금과 비용 삭감을 요구받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은 환율 변동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통상적인 방식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삭감을 해야 한다.

부채 위기를 부채 더 얹어주는 방안으로 해결한다고?

문제는 임금과 비용 삭감을 성공적으로 할 수록 부채 부담은 커진다는 점이다. 공공지출은 더욱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 정부와 은행들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세금을 더욱 많이 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부채 디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이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삭감 방안이 작동하려면 유로화로 표시된 부채 자체를 줄여줘야 한다.

만일 독일 등 EU 회원국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로서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와 영국의 정책결장자들이 아일랜드 은행 부채를 재조정해줄 경우 자국의 은행에 미칠 타격을 극도로 우려한 탓이라면, 올바른 처방은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이 아니어야 했다.

아일랜드의 기존 부채에 더 많은 부채를 얹어주는 구제금융 방식이 아니라,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영국의 은행권에 아일랜드의 부채를 재조정해주는 타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의 관료들은 은행권의 반발 뿐 아니라 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싫어하는 여론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를 지연시키고 행운이 따르길 바라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가혹한 상환 조건이 가져올 재앙을 알고 있었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말했듯, 리더십에는 '냉혹한 진실을 말하기'가 포함된다. 오늘날 유럽에는 최근의 상황 전개가 분명히 보여주듯, 그런 리더십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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