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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말고 '후계자'에 관심 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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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말고 '후계자'에 관심 쏟아야

[한반도 브리핑] '관상 보도' 일삼다가 진짜 중요한 것 놓쳐

지난 9월 말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통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함과 동시에 후계자를 공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음과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어 내외에 후계자임을 천명했다.

그 후 북한의 언론은 김정은의 얼굴과 이름을 빈번하게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본격적인 대중적 카리스마 창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의 독특한 정치체제를 감안하면 후계자의 대중적 권위를 창출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후계 성공 요건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의 대중적 권위 창출이 얼마나 성과적으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작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인가이다. 과거와 달리 후계자의 결정과 공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진행된 것에 비추어 볼 때, 후계자에 대한 카리스마 창출의 과정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북한은 새로운 카리스마 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아직까지는 어떠한 평가도 쉽지 않다.
▲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 현지지도 장면 ⓒ뉴시스

북한의 안정적인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김정일과 김정은의 잦은 동행과 언론을 통한 홍보이며, 다른 하나는 그의 대중적 권위 확보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김정은이 동행하면서 이것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잇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고 있지 않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앞서 김정은은 현지지도의 대상들을 사전에 검열하고 이를 철저히 준비하는 역할을 후계자로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의 현지지도에 앞서 철저한 검열과 준비를 수행한 것과 비교된다.

이는 단순한 사전 준비의 과정이 아니라, 후계자가 대상을 철저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지도력을 검증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자신의 권위를 세워나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현재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자신의 권위를 이양하는 과정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대한 성과 등은 동시에 김정은의 작품이 되는 것이자, '김정일의 지도 = 김정은의 지도'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둘째, 일반 대중의 김정은에 대한 반응은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에 대한 반감과 비웃음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동시에 '청년대장'이라는 호칭이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아직 어느 측면이 진실이며, 또한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청년대장'이라는 호칭의 확산과 그에 대한 존경은 최근 북한의 기자들을 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혹은 남북간의 간접적인 접촉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 내의 일반 주민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접경 지역의 주민들의 입을 통해서나, 소위 '소식통'이라는 것을 통해서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는 바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김정은의 '위대성'(?)과 '정당성'(?)을 알리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럴 때만이 그의 대중적 권위가 확보될 수 있고,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위대성' 등에 대한 선전과 교양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당과 인민 대중을 향한 선전·교양은 결국 그의 대중적 권위 확보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내부 작업이 될 것이다.

'관상' 보도 일삼다가 정작 중요한 것 놓쳐

한편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부정적인 것들로 꽉 차있다. 화장실에 김정일의 사진이 발견되었다느니,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비하의 목소리가 있다느니 하는 등이 주요 뉴스로 취급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요 엘리트들이 마치도 여러 파벌로 나뉘어 권력 투쟁을 일삼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김정은의 발언과 그의 신상에 대한 여러 보도 등은 과거 북한에 대한 보도 태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북한 후계자에 대한 분석이 기껏 '관상'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그의 사소한 일상에 대한 정보도 중요한 뉴스가 될 수밖에 없지만, 정작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일련의 과정과 그 의미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다. 우리의 시선은 '김정은'에게 고정되어 있지, '후계자'에게 맞추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의 김정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과 분석도 놀랍다. 김정은에 대한 사소한 일상까지 어떻게 그렇게 잘도 파악하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여러 '소식통'의 이름으로 들려오는 김정은에 대한 정보를 무턱대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정보 세계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입버릇 말하는 '폐쇄된 사회 북한'의 소식이 그렇게 소상하게 전달된다는 점은 의아할 따름이다.

물론, 여러 기관과 단체 등의 접경 지역 활동이나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한 정보와 소식이 유용하고, 또 우리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후계자 공식화를 전후해 정보의 양이 방대하게, 그리고 소소한 것까지 전달되고 있는 현상은 놀라울 따름이다.

후계자 등장 이후 북한은 그들이 마련한 일련의 정치 일정을 실행해 나갈 것이다. 이미 그러한 정치 일정과 작업은 시작됐다. 내부의 사상 교양과 선전이 강화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멀리 쿠바에까지 달려가고 있다. 또한, 남한과 미국에 대한 대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외부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일련의 대응이라고 해석된다.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그러한 움직임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후계체제 구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그의 리더십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싫든 좋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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