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는 연금 해제 이튿날인 14일 낮 12시(현지시각) 자신이 이끌었던 야당인 NLD당사에서 당직자들과 양곤 주재 외교관들을 만난 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공개 연설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영국 <로이터>가 전했다.
아웅산 수치는 또한 "나를 연금했던 군사정부에 적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정부 보안 관계자들은 나를 잘 대해줬다"고 말했으나 "나는 그들이 국민들도 잘 대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웅산 수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뒤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할 것"이라며 연금 기간 중 하루에 6시간씩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NLD지도자들과 함께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느라 지난밤을 새웠다고 전해졌다. 이날 당사 앞에서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수치 총장을 환영했다.
아웅산 수치는 지난 13일 7년만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다. 오전 늦게 아웅산 수치의 연금 해제를 알리는 통지서가 전달됐으며 이날 오후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차분하게 대화를 나눠야 할 시기다. 국민 전체가 화합해서 노력해야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10분 정도 지지자들을 만났다.
아웅산 수치는 1989년 처음 가택연금됐고 1995년과 2002년 잠깐 연금해제된 적이 있지만 지난 21년간 15년 동안을 연금 상태에서 지냈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아웅산 수치는 1988년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유엔 등에서 일하다 귀국해 NLD를 결성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왔다. 가택 연금중인 1991년 노벨 평화상을, 2002년 유네스코 인권상을 수상했다.
▲ 지난 13일 가택연금 해제된 수치 여사의 자택 앞에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
수치 총장 석방의 배경은?
일각에서는 아웅산 수치의 석방으로 인해 미얀마의 민주화가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아웅산 수치의 석방은 미얀마 정부 당국이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려는 긍정적 신호"라며 "아웅산 수치가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같은 기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웅산 수치의 석방은 20년만의 총선이 치러진 지난 7일 이후 일 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군사정부의 후원을 받은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전체 의석의 75%가량을 차지하며 압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금 해제 조치가 선거 승리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군사정부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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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이번 선거를 "가짜 선거"라고 비난하며 "군사정부가 군복에서 신사복(lounge suit)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 뿐"이라고 비꼬았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아웅산 수치를 포함해 정치범들이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이에 아웅산 수치와 NLD는 이번 선거를 불공정 선거로 규정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끈 NLD는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사정부는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이 신문은 또한 "아웅산 수치의 전략적 선택의 폭은 좁고도 위험하다"며 그가 과거 두 차례나 재연금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웅산 수치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미석방된 2000여명의 정치범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연금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환영하면서도 한편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 "석방 환영, 하지만 갈 길 멀다"
주요 국가 정상들과 국제기구 등은 이와 관련해 아웅산 수치의 연금 해제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미얀마 군사정부가 그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우려하고, 아직 투옥·연금돼 있는 2000여명의 정치범에 대한 석방을 촉구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요코하마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웅산 수치는 나의 영웅이며 버마와 세계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라며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환영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연금이 해제됐다 해도) 아웅산 수치와 (군사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대 세력이 침묵을 강요당해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얀마 군사정권이 (수감 중인) 모든 정치범을 석방해야 한다"고 13일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아웅산 수치의 석방은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아웅산 수치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믿는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유는 아웅산 수치의 권리이며 버마 정부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13일 말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날 "프랑스는 아웅산 수치가 새로 찾은 그녀의 자유를 영위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아웅산 수치의 표현과 행동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제한이 가해진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며 그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고 경고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아웅산 수치가 완전한 행동과 표현의 자유를 갖고, 조국의 정치적 일정에 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요하다"며 "또한 정치적 신념 때문에 구금 상태에 있는 다른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아웅산 수치(의 권리)에 대한 어떤 추가적 제한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웅산 수치의 연금 해제를 시작으로 나머지 모든 정치범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1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아웅산 수치의 석방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 나라에는 2천200명 이상의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으며, 애초에 미얀마 당국은 이들은 체포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히로시마에서 '노벨평화상 정상회의'(Fellow Nobel laureates)에 참석 중인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도 "수년 동안 우리는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요구해왔다"며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한편 "우리는 이 조치가 지속되기를 바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어떤 퇴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얀마 정부가 아웅산 수치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14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서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또 "우리 정부는 미얀마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민주화와 국민화합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 수치 총장 초청…방문 가능할까?
한편 토르비오에른 야글란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의장은 아웅산 수치가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을 위해 이 나라의 수도인 오슬로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를 초청했다고 이 나라 통신사 <NTB>가 13일 전했다.
야글란드 의장은 "아웅산 수치가 귀국에 대한 보장 없이는 미얀마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가 오슬로를 방문할 수 있도록 미얀마 당국이 귀국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아웅산 수치는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시상식에는 아들들이 대신 참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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