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선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에 실시되는 것으로, 8년 만에 백악관을 차지한 민주당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패배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의석 격차는 최소화한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주말 선거운동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선거 당일인 내달 2일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갑자기 많이 나타날 때만이 공화당의 압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31일 전망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은 기를 쓰고 투표장에 가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 '열정의 갭'(enthusiasm gap)은 공화당의 하원 승리를 확신하게 한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이번 중간선거는 '경제'라는 단일 쟁점으로 치러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2년간 국내 경제 문제에 올인하다시피 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북한 핵문제 등 대외정책은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 불리한 이슈여서 이심전심으로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건강보험 개혁, 금융개혁 입법 등 굵직한 개혁 입법에 잇따라 성공했다. 그러나 경제 문제에서는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과 더딘 경기회복세 등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후보들은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고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5~28일 <ABC> 방송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일자리 문제를 잘못 다뤘다는 응답이 전체의 3/4에 이르렀다. 또한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현재의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으며, 1/4의 응답자들은 미국 경제가 결코 나아질 수 없다고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확인한 공화당은 건보개혁법을 철폐하고 금융개혁법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공화당은 예산과 세입·세출에 관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하원을 장악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감세를 하겠다고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의 이같은 경제 공약은 기업과 보수주의 단체들로 하여금 아낌없이 선거 자금을 투입케 했고, 그에 따른 정치광고 공세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정 단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선거 광고에 무제한 자금을 지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난 1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공화당에 날개를 달아 줬다.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미 상공회의소까지 공화당에 물량을 쏟아 부었다.
▲ 선거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뉴시스 |
■ 하원 : '어게인 1994' 꿈꾸는 공화당
인구 비례에 따라 의원을 선출하는 하원 의석은 435개다. 2년마다 전체를 새로 뽑는 하원을 장악하려면 과반인 218석을 얻어야 한다. 현재는 민주당이 255석, 공화당이 178석이고, 2석은 공석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면 이번 선거에서 38석 이상을 잃지 않아야 하지만,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그 가능성을 부정한다.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31일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171개 지역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224개 지역구에서 승리할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합지역은 40곳이다. 민주당이 경합지역을 모두 가져가도 공화당이 이기는 셈이다.
중립적인 정치전문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공화당이 200곳에서 당선이 유력하거나 우세하다고 봤고, 민주당은 185석이 확실시된다고 분류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152석, 공화당 174석, 경합 109석으로 분석했다. 경합지역이 많기는 하지만 선거 판세가 공화당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의 지역구 19개가 이미 공화당으로 기울었고, 또 다른 48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도 접전을 벌이고 있어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겨냥해 '미국에 대한 서약'(Pledge to America)이라는 공약집을 내놓으며 1994년 뉴트 깅리치(전 하원의장)의 주도로 40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차지했던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선거에 임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핵심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민주당은 9월 초의 열세를 어느 정도 만회했다. 그러나 한 번 돌아선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합지역에서 지지율 40% 대에 머무는 오바마 대통령 대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의 부인 미셸의 지원 유세를 원하는 현상은 차가워진 민심의 단면을 드러냈다.
■ 상원 : 민주당 '빛바랜 승리' 예상
6년 임기로 각 주에서 2명씩 뽑는 상원의원은 매 2년마다 의석의 1/3인 33~34명을 다시 뽑는다. 이번에는 상원의원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및 일부 각료들이 행정부에 들어가면서 공석이 됐던 상원 의석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37명을 다시 뽑는다. 현 의석은 민주당 57석, 공화당 41석, 민주당 지지 성향의 무소속 2석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막판 판세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은 49곳, 공화당은 45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나머지 6곳은 경합이다. 민주당이 경합지역 중에서 2곳만 차지해도 다수당 수성에 성공하게 된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공화당이 현재보다 6~8석을 더 얻을 것으로 전망했고, <워싱턴포스트>-<ABC>는 공화당이 9석 내외를 더 얻어 과반을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려면 경합지역을 싹쓸이해야 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상원에서 다수당을 간신히 지켜내겠지만, 2년 전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해 독자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슈퍼 60석'까지 확보했던 압도적인 승리에 비춰 보면 '빛바랜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주지사 선거, 2012년 대선의 '진짜' 풍향계
주지사 선거는 50개주 가운데 37개주에서 실시된다. 현재 민주당 주지사는 26명, 공화당 주지사는 24명으로 민주당이 다수지만 이번 선거를 거치면 공화당 주지사의 수가 3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ABC> 방송은 37개주 가운데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는 주는 9곳에 그쳤으나, 공화당이 앞서고 있는 지역은 19곳에 달해 더블스코어 차이로 공화당이 리드중이라고 집계했다. 경합지역은 9곳이다.
주지사 선거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 비해 관심을 덜 끌고 있지만 2012년 대선의 향배를 내다보는 데 있어서는 의회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뽑힐 주지사들은 올해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내년에 선거구 재획정을 주도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대선 구도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눈여겨 볼 만한 선거로 오하이오주를 꼽았다. 노동자들의 표가 많아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오하이오는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만큼은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화당 후보가 주지사가 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다시 나갈 경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전 주지사가 보건장관에 입각하면서 민주당의 입지가 약해진 캔자스주에서는 대북 강경파로 이름을 날려 온 샘 브라운백(공화) 상원의원이 도전장을 냈고, 낙승이 예상된다. 역시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주지사가 연임 금지조항 때문에 물러나게 되는 뉴멕시코에서는 여성 히스패닉계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화당의 수전 마르티네즈 후보가 출마했고, 현재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할리우드 스타 출신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후임을 뽑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 멕 휘트먼 후보와 민주당 제리 브라운 후보가 '매춘부 발언' 논란 등 이전투구식 총력전을 펴면서 접전 중이다. 언론들은 민주당 브라운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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